[한국정경신문=최정화 기자] 연말 정기 인사 시즌을 맞아 CJ제일제당 정기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에 이목이 집중된다. 특히 CJ그룹 내 캐시카우 역할을 맡고 있는 CJ제일제당의 올해 상반기 실적이 악화되면서 수장 책임론도 거론되고 있다.
6일 재계에 따르면 CJ그룹은 창립 70주년을 맞아 지난 3일 손복남(이재현 CJ그룹 회장 모) 고문 1주기 추모식을 열고 그룹 전략회의를 가졌다.
이재현 회장은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전략회의에서 그룹 핵심 가치관인 '온리원 정신'을 강조하며 "그룹이 정체된 상황에서 책임감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반드시 해내겠다는 절실함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전략회의에는 이 회장을 비롯해 이미경 CJ ENM 부회장, 이재환 재산홀딩스 회장, 김홍기 CJ주식회사 대표이사 등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30여명이 참석했다. 특히 장손인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과 손녀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실장, 손경식 CJ그룹 회장(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 CJ 일가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전략회의에선 대내외적으로 CJ그룹 경영 상황이 엄중한 만큼 위기 극복 방안에 대한 논의와 함께 창립 70주년을 계기로 내실을 다지고 재도약을 다짐하는 자리가 됐을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CJ그룹은 그룹 전체 매출의 약 70%를 차지하며 캐시카우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CJ제일제당 실적이 악화되면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증권계는 CJ제일제당 올해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63% 줄어든 7조7209억원, 영업이익은 19% 감소한 392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원당 단가 상승, 축산 시황 침체, 내수 소비 둔화 등 여파로 식품과 바이오 사업 수익이 하락한다는 분석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CJ제일제당은 최근 해외 비주력 자회사를 잇달아 매각하며 현금 확보에 나서는 모습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지난달 10일 열린 이사회에서 브라질 자회사 CJ셀렉타 보유지분 전량(66%)를 미국 곡물기업에 팔았다. 매각 금액은 4800억원으로 추정된다. 지난 7월에도 중국 식품회사 지상쥐 지분을 3000억원에 매각했다. 또 올 4월부터 6월까지 고바이오랩 보유 지분을 전량을 처분해 현금 34억5000만원을 챙겼다.
업계 일각은 이와 관련해 자금 압박을 해소하기 위한 재무 구조 개선 방안인 동시에 선택과 집중에 입각한 사업전략 차원이라고 봤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매각 대금에 대해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고 K푸드 글로벌화 속도 등 사업 경쟁력 강화 등에 쓰일 예정”이라면서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 실적 부진 등에 따라 연말 추가 조직개편과 인적 쇄신 가능성도 거론된다.
CJ그룹은 통상 12월에 정기 인사를 실시하지만 올해는 이례적으로 지난 7월 지주사와 주요 계열사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당시 CJ제일제당도 지주사 개편 방침에 따라 조직 명칭을 모두 영문으로 변경한 바 있다.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의 위기의식을 반영해 인사 시기를 앞당겨 최근엔 11월에 정기 임원 인사를 강행하기도 한다. 2020년 연말 정기인사에서는 임원수를 35명에서 19명으로 큰 폭 줄이고 CJ제일제당 등 주요 계열사 9개사 수장이 전부 교체되기도 했다.
CJ그룹 소식에 능통한 한 관계자는 “올 7월 실행된 지주사 조직개편이 이번 연말 정기 임원 인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3년 전 대규모 칼바람 조짐은 아직까지 포착되지 않고 있다”고 봤다.
반면 유통업계 일각에서는 CJ제일제당 실적 악화가 큰데다 이 회장이 전략회의에서 책임감과 절실함을 강조한 만큼 인적 쇄신이 단행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CJ그룹 관계자는 “그룹 인사는 정해진 시기가 없어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유통가 오너 2~3세 경영보폭이 활발해지면서 업계 내 세대교체 속도도 빨라지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이 회장 장남 이선호 실장(33)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이 실장은 지난 2022년 정기 임원 인사에서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 경영리더로 승진하며 신임 임원으로 발탁됐다. 경영리더는 사장 이하 상무대우까지 모두 통합된 직군이다. 식품성장추진실은 글로벌 공략 핵심 거점으로 지난해 초 신설됐다.
승진 직후 이 실장은 미국 사업을 총괄하는 식품전략기획 1담당을 맡아 차세대 먹거리 발굴에 지휘봉을 잡고 K푸드 글로벌화 전략을 이끌고 있다. 최근엔 신사업을 중심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장자 승계를 원칙으로 하는 CJ그룹 특성상 이선호 실장이 그룹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특히 식품업계가 트렌드 전환이 빠른 만큼 젊은 오너 3세를 경영 전면에 내세워 고객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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