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한 ‘캐시카우’ CJ제일제당, K-푸드 영토 확장해 실적 반전 쓸까

올해 2분기 매출 3.7%, 영업이익 40.1%↓
K-푸드 영향력 강화 집중..재무 개선 '속도'

김제영 기자 승인 2023.08.08 15:27 의견 1
미국 캔자스 살리나 슈완스 피자공장의 새로운 생산라인 (자료=CJ제일제당)

[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CJ제일제당이 K-푸드 영토 확장에 힘을 주면서 하반기 실적 반등을 이뤄낼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경기 침체로 국내 식품사업과 효자 역할을 하던 바이오 사업이 부진하자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해외 사업에 방점이 찍힌 모습이다.

8일 공시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대한통운 제외하면 올해 2분기 매출 4조4233억원, 영업이익 235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7%, 40.1% 감소한 수준이다.

부문별로 보면 식품사업은 4.8% 증가한 2조7322억원의 매출과 14.9% 감소한 142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소비심리 위축 및 원가 부담 상승으로 국내 식품 매출이 감소했으나 다시 성장 전환했다. 신제품과 핵심 HMR(가정간편식)의 매출 덕분이다.

해외 식품사업의 경우 K-푸드의 성장이 주효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사업 국가에서 비비고 브랜드의 주력제품을 중심으로 매출이 증가했는데, 특히 북미에서 매출이 13% 성장했다. 만두는 매출이 20% 증가해 업계 1위를 굳혔고, 피자 매출도 18% 올랐다.

다음 주력 사업인 바이오부문은 매출 8926억원, 영업이익 39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 76% 감소했다. 바이오부문은 돼지 등 가축사료에 첨가하는 아미노산 ‘라이신’ 등을 주력으로 하는데, 올해 글로벌 축산 시장 회복 지연으로 수익성이 떨어졌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국내 가공식품 수요에 긍정적 시그널이 확인됐으며 하반기에는 식품 판매량 회복이 본격화될 전망”이라며 해외 사업은 “만두 매출이 약 20% 증가해 시장 점유율 1위(49%)를 공고히 하고, 미국의 슈완스 냉동피자 대표 브랜드 ‘레드바론’이 처음으로 시장 1위에 올랐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열린 케이콘 재팬 2023에서 CJ제일제당이 준비한 비비고 부스를 방문한 한류팬들 (자료=CJ제일제당)

올해 식품업계는 내수 시장의 수익성이 악화하는 추세다.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 요청에 따라 인상을 보류 혹은 철회하고, 설탕·밀가루 등 글로벌 원자재 값이 상승해서다. CJ제일제당은 이달부터 편의점에서 스팸 등 육류 가공식품 가격 인상을 계획했으나 추석 명절을 앞두고 스팸을 목록에서 제외했다. 앞서 지난 3월 고추장·조미류 등 가격 인상 계획도 취소했다.

CJ제일제당 역시 부진을 면하지 못 하고 있다. 이에 CJ제일제당은 최근 재무 건전성 강화를 목적으로 중국 식품 자회사 ‘지상쥐’ 보유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지상쥐는 중국식 반찬·장류 등을 판매하는 업체로, 지난해 순이익 261억원을 내는 등 수익성이 견고한 기업이다.

동시에 ‘K-푸드’에 집중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CJ제일제당은 한식의 세계화 일등공신인 비비고 만두를 이어갈 ‘넥스트 만두’를 발굴하기 위해 ‘글로벌전략제품(Global Strategic Product·GSP)’을 운영하고 있다. 품목은 만두·치킨·P-Rice·K-소스·김치·김·롤 등 7종이다. 또 K-스트리트 푸드 떡볶이·핫도그 등 6대 제품을 선정해 차세대 K-푸드를 육성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GSP품목을 앞세워 유럽·오세아니아 등 K-푸드 영향력을 강화하고, 국내에서 외식을 대체하는 차별화 신제품 출시 등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발굴할 계획이다. 바이오사업은 고부가가치 스페셜티 품목 중심으로 개편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CJ제일제당은 CJ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캐시카우’ 역할을 담당해왔으나 경기 침체 등으로 상반기 내내 실적이 부진해 어깨가 무거워지고 있다. 이번 지상쥐의 매각 역시 재무 개선에 더욱 무게가 실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룹 차원에서도 코로나 이후 엔터·미디어사업 CJ CGV·ENM의 실적이 악화한 와중에 재무 안정성이 중요한 상황이다.

증권가에서는 CJ제일제당의 실적이 2분기를 기점으로 하반기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반기 업황이 상반기보다 개선되면서 가공식품 수요가 회복되고, 미국을 중심으로 해외 시장의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바이오 부문 역시 수익성이 높은 스페셜티 품목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차별화된 신제품 및 주력 제품 확장 개발 등을 통해 국내와 해외에서 미래 혁신 성장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