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7%대 고금리 전망에도 증가세..8월 대비 1조6419억원 늘어나

하재인 기자 승인 2023.09.24 16:04 의견 0
은행 변동금리가 7%를 넘은 상황에서 지난 21일 가계대출은 지난달 말 대비 1조6419억원 늘어난 682조4539억원을 기록했다. 사진은 시중은행 대출 창구.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하재인 기자] 가계대출이 7%대 고금리가 예측되는 상황에서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4일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21일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82조453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 680조8120억원보다 1조6419억원 늘어난 수치다. 지난 5월 이후 5개월 연속 증가세다. 지난달 증가폭인 1조5912억원도 넘어선 상태다.

지난달 은행권과 금융권 가계대출은 각각 6조9000억원과 6조2000억원 증가했다. 은행권 증가폭은 6조9000억원으로 지난 2021년 7월 9조7000억원 이후 2년 1개월만에 가장 컸다.

대출 종류별로는 주택담보대출이 514조9997억원에서 516조8756억원으로 1조8759억원 늘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4일 기자 간담회에서 빚을 내 부동산에 투자하는데 대해 “금융비용이 한동안 지난 10년처럼 거의 0%, 1~2% 정도로 낮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지 고려하며 투자해야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지난 21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3.900~6.469% 수준이다.

지난달 말 연 3.830~6.250%와 비교해서 상단과 하단이 각각 0.219%포인트와 0.070%포인트 높아졌다.

신용대출 금리도 1등급·만기 1년·연 4.560~6.560%로 20여일 만에 상하단이 0.140%포인트씩 올랐다.

같은 기간 두 금리가 지표로 삼는 은행채 5년물과 1년물 금리는 각각 0.170%포인트와 0.140%포인트 상승했다.

은행의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는 연 4.270~7.099%로 지난달 말보다 상단은 0.130%포인트 올랐지만 하단은 0.030%포인트 떨어졌다.

하단의 하락은 변동금리의 주요 지표금리인 코픽스(COFIX)가 0.030%포인트 낮아졌기 때문이다. 상단의 상승은 변동금리에도 코픽스가 아닌 시장금리를 반영하는 일부 은행의 조정에 따른 결과다.

지난 4월 기준금리 3.50%를 밑돌았던 은행들의 정기예금 금리도 4%대로 반등하고 있다.

은행연합회 소비자 포털에 따르면 현재 19개 은행의 정기예금 상품 중 최고 우대금리가 4.00%를 넘는 곳은 ▲SC제일은행 ‘e-그린세이브예금’ 4.20% ▲전북은행 ‘JB 123정기예금’ 4.20% ▲제주은행 ‘J정기예금’ 4.10% 등으로 모두 10개다.

5대 시중은행 정기예금 최고 금리도 ▲NH농협은행 'NH올원e예금' 3.95%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 3.95% ▲우리은행 ‘WON플러스예금’ 3.92% ▲KB국민은행 ‘KB Star 정기예금’ 3.90% ▲하나은행 ‘하나의 정기예금’ 3.90%를 기록 중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장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연내 추가 금리 인상이 확실시되고 FOMC 위원들의 내년 금리 예상치까지 올란간 만큼 긴축 장기화 우려로 시장금리는 계속 강세를 보일 것”이라며 “이 경우 시장금리를 바로 반영하는 고정금리뿐 아니라 최근 두 달 연속 떨어진 코픽스도 시차를 두고 높아져 변동금리까지 오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예금 금리에 대해 “각 은행은 작년 하반기 대거 수신한 정기예금을 재유치하려면 불가피하게 금리를 올려야 하는 처지”라며 “더구나 만기 도래한 정기예금을 돌려줘야 하고 대출 수요도 꺾이지 않는 만큼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려면 은행채 발행을 줄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난 21일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정부는 고금리 예금 만기 도래에 다른 수신 경쟁 가능성에 단호하게 대처한다는 방침을 밝혔었다.

금융권 당계자는 “당국의 개입만 없다면 사실상 대출, 예금 금리 모두 앞으로 당분간 오를 일만 남은 게 사실”이라면서도 “당국을 의식한 은행이 예금 금리 인상은 억제하고 대출 금리를 더 올릴 경우 예대마진만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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