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김명신 기자] LG전자가 ‘본질’인 가전사업의 영역을 확대하며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의 성장을 가속화 하고 있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지난 7월 ‘글로벌 선도 가전 브랜드’에 머무르지 않고 고객의 다양한 경험을 연결, 확장하는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 변화하겠다는 비전을 선포했다.
판매 시점에 매출과 수익이 발생하던 제품(HW) 중심 사업에 콘텐츠와 서비스, 구독, 솔루션 등 무형(Non-HW)의 사업을 더해 수익을 지속 창출하는 순환형(Recurring) 모델로 혁신한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전 세계 고객이 사용 중인 수억 대 LG 제품에 서비스를 결합해 고객 관계 중심 사업모델을 만드는 시도다.
생활가전도 서비스 기반 포트폴리오 대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구매 후에도 고객이 필요한 기능을 업그레이드하는 업(UP) 가전의 진화와 초개인화, 구독, 스마트홈을 접목하는 ‘HaaS(Home as a Service)’를 지향점으로 제품 경쟁력에 고객 홈 서비스를 더한 ‘홈 솔루션(Home Solution) 사업’으로의 확장에 힘을 주고 있다.
■ 본업인 가전 기술로 선공…배경은 ‘최초’
LG전자의 선방에는 가전업계를 둘러싼 ‘최초’ 시도가 있다. ‘기술 선공’으로 국내외 점유율을 선점하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셈이다.
LG전자는 지난 7월 조주완 사장의 미래 비전 선포 직후 ‘세계 최초 기술력의 무선 올레드 TV’를 내놨다. LG전자는 지난 10년간 쌓아온 독보적 올레드 기술력과 디자인 혁신을 기반으로 올레드 TV 중 가장 큰 97형 올레드 TV에 세계 최초 4K·120Hz 무선 전송 기술을 더해 초대형 프리미엄 TV 시장 내 리더십을 더욱 강화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LG전자는 5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3’에서 LG 시그니처 올레드 M을 비롯해 LG 올레드 에보, LG QNED TV, LG 스탠바이미 Go 등 혁신적인 TV 제품들을 선보였다.
특히 LG전자는 세계 최초 4K·120Hz 무선 전송 솔루션을 적용한 세계 최대 97형을 비롯해 83형/77형 무선 올레드 TV 시리즈를 앞세워 몰입감 넘치는 시청 경험을 원하는 초대형 프리미엄 TV 수요를 적극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Omdia)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75형 이상 초대형 TV 출하량은 전년 대비 2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LG 시그니처 올레드 M은 전원을 제외한 모든 선(線)을 없앤 유일한 무선 올레드 TV다. LG전자는 초대형 TV에 콘솔기기, 셋톱박스 등 다양한 외부기기를 연결해 사용하는 고객들의 TV 주변 복잡한 연결선에 대한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무선 AV 전송 솔루션을 개발했다.
LG전자 독자 기술로 완성한 무선 AV 전송 솔루션은 기존 와이파이6(Wi-fi 6E) 대비 최대 3배 이상 빠른 속도로 대용량 데이터를 전송한다. 특히 무선 환경에서도 돌비(Dolby)의 최신 영상기술 돌비비전(Dolby Vision)와 입체 음향기술 돌비애트모스(Dolby Atmos)를 모두 지원한다. 무선 올레드 TV 시리즈는 이달 북미에 이어 유럽 시장에 본격 출시한다.
미국 매체 톰스가이드(Tom’s Guide)는 올해 최고의 신제품(Best New Product of 2023)에 선정하고 “공간을 깔끔하게 만들고 싶어 하는 고객에게 완벽한 제품”이라고 극찬했다. 또 다른 매체 트와이스(Twice)는 “LG전자의 걸작(Masterpiece) 올레드 TV에 적용된 무선 기술은 아름다운 디자인과 뛰어난 시청 경험을 동시에 제공한다”고 호평했다.
LG QNED TV에는 퀀텀닷(Quantum Dot)과 나노셀(Nanocell) 물질을 동시에 활용한 독자 고색재현(WCG: Wide Color Gamut) 기술인 퀀텀닷 나노셀 컬러 테크놀로지로 더욱 정교한 색감을 표현한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LG전자는 고객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한 시청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LG 스마트 TV 플랫폼 webOS 기반으로 콘텐츠 경쟁력을 지속 강화하고 있다. 조주완 사장은 기존의 TV 제품 경쟁력에 콘텐츠, 서비스, 광고 영역을 강화한 ‘미디어&엔터테인먼트 플랫폼 업체’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IFA 2023’ 우뚝 선 K-가전…자체 개발 ‘AI 칩셋’ 승부수
LG전자의 ‘최초’ 시도는 ‘IFA 2023’에서 빛을 발했다. 류재철 LG전자 H&A(Home Appliance & Air Solution)사업본부장 사장은 현지시간 2일 베를린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가전을 뛰어넘어 에너지, 냉난방 공조 등을 망라하는 LG전자만의 ‘스마트 홈 솔루션’으로 글로벌 가전시장의 판도를 바꾸겠다”면서 사업전략을 제시했다.
류 사장은 앞서 7월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UP가전 2.0 공개행사에서 “고객이 가사로부터 해방되고 절약된 시간을 더 가치 있게 보내도록 하는 것이 LG전자의 기본 사업 방향”이라고 밝힌 바 있다. 조주완 사장의 미래 비전 전략과 맞닿아 있다.
LG전자가 선보인 ‘LG 스마트코티지’는 고효율 에너지 및 냉난방공조, 가전, 서비스를 융합한 스마트 홈 솔루션의 좋은 사례로 꼽힌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다양한 기술이 탑재된 LG 프리미엄 가전뿐만 아니라 고효율 히트펌프 냉난방시스템 ‘써마브이 모노블럭(Therma V Monobloc)’을 설치해 에너지 소비량을 대폭 줄이고, 사용하고 남은 전력은 가정용 ESS 시스템에 저장하는 방식이다. 차별화된 에너지, 냉난방 공조 기술과 현지에 최적화된 빌트인 가전을 앞세워 유럽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
유럽은 2030년까지 에너지 소비와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자는 ‘리파워EU(REPowerEU)’ 계획을 지난해 선언하고 탄소중립 실현을 가속화 하고 있다. 유럽 내 고효율 전기제품 수요가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탄소배출을 감축하는 히트펌프 냉난방시스템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유럽 히트펌프 시장은 2020년 약 60만대에서 2027년 250만대 수준으로 4배 이상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LG전자의 고효율 히트펌프 냉난방시스템은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유럽에서 고속 성장 중으로, 올해 판매량도 지난해 대비 30% 이상 늘 것으로 예상된다. ‘LG 써마브이(Therma V)’는 외부 공기에서 얻는 열에너지를 냉난방에 사용하는 ‘공기열원 히트펌프(AWHP; Air to Water Heat Pump)’ 방식으로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했다. 이 제품은 유럽 ErP(Energy-related Products) 에너지등급 중 가장 높은 A+++를 충족시켰다. LG전자는 앞선 고효율 인버터 기술력을 바탕으로 가정·상업용 냉난방공조(HVAC) 사업에서 2030년까지 글로벌 탑티어(Top-Tier) 종합 공조업체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LG전자는 이번 ‘IFA 2023’에서 고효율 가전과 에너지 기술을 집약해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홈 에너지 플랫폼(Home Energy Platform)’도 선보였다. ‘LG 씽큐(ThinQ)’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가전과 냉난방공조 시스템의 에너지 사용을 모니터링 하고, 에너지 저장 및 소비량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특히 ‘빌트인 시장’을 겨냥한 혁신 기술도 눈에 띄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유럽 빌트인 시장은 2022년 기준 244억 불 규모로 글로벌 빌트인 시장의 약 40%를 차지할 정도로 큰 시장이다. LG전자는 이번 초프리미엄 빌트인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SIGNATURE KITCHEN SUITE)’에 이어 보다 대중적인 매스 프리미엄 제품군을 최초로 공개하며 유럽 빌트인 시장의 볼륨존 공략에 나섰다. 프리미엄 빌트인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빌트인 본고장인 유럽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무엇보다 LG전자는 올 7월 UP가전 2.0 공개행사에서 생활 가전을 스마트 홈 솔루션으로 전환하겠다는 전략을 밝히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가전용 인공지능(AI) 칩셋 ‘DQ-C’와 가전 OS(운영체제)를 언급한 바 있다.
LG전자에 따르면 원가 경쟁력과 충분한 성능을 모두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두고 3년 이상의 연구개발을 거쳐 스마트 가전용 AI칩 ‘DQ-C’와 가전 OS를 자체 개발했다. DQ-C 칩 기반의 가전 OS가 탑재된 UP가전 2.0의 경우 매출 선방에 서며 하반기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다. LG전자는 DQ-C칩과 가전 OS를 보급형까지 적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생활가전 전 제품군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DQ-C는 LG전자가 직접 설계, 개발한 AI 칩셋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앞서 LG전자는 지난해 9월 출시된 무드업 냉장고에 AI 반도체 ‘DQ-1(LG8111) 칩’도 탑재한 바 있다. 무엇보다 유럽 시장에는 아직 가전제품에 AI 칩셋을 직접 탑재하는 사례가 드물어 LG전자의 독자 개발 AI 칩셋 탑재 제품군 확대는 경쟁력과 점유율에서의 우위를 선점하는데 유리할 수밖에 없다.
LG전자 관계자는 “AI 칩셋의 경우 UP가전 2.0의 세탁기와 건조기에 우선적으로 적용된 인공지능 칩셋”이라면서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TSMC의 28나노 공정을 통한 생산에 대해서는 “확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LG전자는 지난 7월 UP가전 2.0을 선포하면서 가전 전용 OS와 AI 칩셋을 적용해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해당 AI 칩셋이 적용된 제품들은 국내에서 이미 출시된 상황으로, 독일에서의 공개는 글로벌 무대에서 최초로 공개한 것”이라면서 “LG전자는 가전 전용 OS와 AI 칩셋을 가전 전 라인업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AI 칩셋을 비롯한 가전 혁신 기술로 주목을 받은 이번 ‘IFA 2023’에 대해서는 “현장에서 밀레 등 유럽을 대표하는 가전업체들이 스타일러 같은 의류관리기나 워시타워 같은 세탁기와 건조기 일체형 스타일의 제품들을 잇따라 전시했다”면서 “의류 관리기의 경우 LG전자가 2011년 최초로 선보인 제품이며 일체형 세탁기 역시 업계에서 선도적으로 선보인 제품이다. LG전자가 가전 전용 OS를 비롯해 AI 칩셋 역시 새로운 영역의 확대로 그 의미가 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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