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공포의 아스파탐, 제2의 사카린 사태 빚나

김제영 기자 승인 2023.07.28 08:32 의견 0
생활경제부 김제영 기자

[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사카린은 무설탕 성분의 인공감미료다. 설탕의 300배 단맛을 내면서 체내에 거의 흡수되지 않아 당뇨나 비만 환자에게 유용하다.

그러나 사카린은 1977년 캐나다 국립 보건방어연구소의 사카린 쥐 실험에서 방광암을 유발했다는 이유로 발암성 유해 물질이라는 누명은 쓴다. 이후 무해하다고 판명 났지만, 사카린은 ‘공포의 백색가루’로 불리며 부정적인 인식이 박히고 말았다.

최근에 아스파탐이 제2의 사카린 사태와 같은 길을 걷는 모양새다. 아스파탐은 이달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와 WHO·유엔식량농업기구(FAO) 공동 산하기구인 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에 의해 발암가능물질(2B군)로 분류됐다.

다만 일일섭취허용량은 체중 1㎏당 40㎎으로, 분류 이전과 같은 수준이 유지됐다.

일일섭취허용량은 인간이 한평생 매일 먹어도 유해한 영향이 없다고 생각되는 1일 섭취량 기준이다. 만약 아스파탐의 일일섭취허용량이 줄어든다면, 유해성이 어느 정도 입증됐다는 의미로 간주할 수 있다.

그러나 반전은 없었다. IARC와 JECFA,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아스파탐의 사용 기준을 현행으로 유지했는데, 이는 분류 전후로 유해성 측면에서 달라지는 게 없다는 셈이다. 실제로 일일섭취허용량을 변경할 만한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해 내려진 결론이다.

당초 아스파탐은 위해성 여부 평가를 앞두고 ‘기우’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기존 일일섭취허용량에 이르려면 성인(60kg)이 하루 동안 섭취할 수 있는 기준이 음료 55캔, 막걸리 33병, 과자 300봉지 등이라는 사실상 불가능한 수치가 난무했다. 특히 기존의 2B군에는 김치, 피클 등 절임 채소 등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식품·유통업계는 너도 나도 ‘탈(脫)아스파탐’ 행보를 밟고 있다. 아스파탐을 일부 제품에 사용하던 기업들은 대체 원료를 찾기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했다. 아스파탐이 실질적으로 큰 문제가 없더라도 이미 형성된 공포감 여론을 지우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제품에 들어간 아스파탐의 양이 소량이다 보니 해당 제품의 개수로 따지면 터무니없는 수치가 나온다”며 “아스파탐 이슈가 뜬 이후 아직 대체재를 찾지 못 했으나 기업에 그와 관련해 유의미한 타격이나 영향도 전혀 없다. 그저 아스파탐에 대한 과도하고 근거 없는 공포만 조장된 격”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스파탐의 대체 원료를 찾고도 해당 원료가 기존 제품과 동일한 맛과 품질을 가져가야 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결국 아스파탐 사태는 소비자는 혼란, 기업은 원료 대체 시 비용만 남은 채로 일단락돼 가는 형국이다. 승자는 없고 패자만 남았다. 이미 낙인 찍혀버린 아스파탐에 대한 인식은 더욱 부정적이다. 그 누구도 김치와 피클을 발암물질이라 칭하지 않지만, 아스파탐만 유일하게 누명을 쓰고 있다.

아스파탐이 제2의 사카린이 될 것인지는 앞으로의 우리에게 달렸다. 근거 있는 정보와 올바른 인식만이 혼란을 잠재우고 잠재적인 비용을 아끼는 혜안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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