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 우체국 대체창구 열지만..제한적 업무 범위에 실효성은 ‘글쎄’

30일부터 4대 은행 입출금·이체·조회업무 가능
금융소비자 오프라인 점포 접근성 높이는 계기
위탁 업무 범위 놓고 우체국·은행·금융당국 이견차
“복지사각지대 해소 차원..은행 영업점 대체 불가능”

윤성균 기자 승인 2022.11.28 11:51 | 최종 수정 2022.11.28 20:57 의견 0
4대 시중은행 본점 전경 [자료=각사]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앞으로 우체국 창구에서 4대 시중은행의 입출금이나 송금 업무를 할 수 있게 된다. 금융당국에서 은행권 오프라인 금융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급하게 추진하긴 했지만 일부 예금 업무만 가능하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30일 부터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고객은 전국 2482개의 금융취급 우체국 지점에서 창구 업무를 볼 수 있다. 이용할 수 있는 업무는 입·출금, 통장지급, 조회업무, 통장정리 등이다. 시중은행과 동일한 수수료 기준으로 자동화기기(ATM)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앞서 지난 6월 우정사업본부와 4대 은행, 금융결제원은 우체국 금융망 공동이용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미 한국씨티·KDB산업·IBK기업·전북은행 등이 우체국을 통해 간단한 은행업무를 제공하고 있는 가운데 4대 은행이 새로 참여하는 것이다.

이번 우체국 창구망 공동이용은 금융소비자들의 오프라인 금융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금융당국 주도로 추진됐다. 금융위는 지난 6월 우체국 업무위탁을 비롯해 ‘은행권 오프라인 금융접근성 제고방안’을 발표했다.

당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우체국의 경우 시·도 지역까지 지점망이 고르게 분포해 있고 직원들도 금융업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 기대가 크다”며 “우체국뿐만 아니라 편의점, 백화점 등 유통업체를 통해 물픔을 구매하면서 거스름돈을 입금하거나 출금하는 서비스도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체국을 활용한 시중은행 대체창구 공급 계획은 2년 전인 지난 2020년 8월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의 점포 폐쇄에 따른 고령층의 불편을 줄이기 위한 대책 중 하나로 처음 언급됐다.

하지만 우체국과 은행 간 업무 위탁 범위와 수수료 산정, 서비스 제공지역 범위 등을 놓고 이견이 나오면서 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었다. 올해 들어 점포 폐쇄에 대한 시중은행의 책임론이 정치권에서 본격적으로 대두되면서 연내 도입이 가까스로 확정된 것이다.

이번 제휴로 비대면 금융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이나 금융소외계층의 금융 인프라 접근성이 다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예·적금 상품 가입이나 대출 상담 등 대면 수요가 많은 영역은 제휴 범위에서 제외됐다. 상품 가입시 과당경쟁에 대한 우려가 있고 무엇보다 판매 과정에서 불완전 판매 논란 등으로 인한 책임소재와 민원발생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체국 업무위탁이 편의성을 조금 보충해주는 수단이지 점포를 대체할 정도까지는 아니다”면서 “여신(대출) 업무까지는 아니더라도 예적금 가입 등 수신 업무만이라도 대행할 수 있어야 할텐데 우체국 직원이 4대 은행의 업무 프로세스를 인지하는 것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워낙 은행 점포가 없어지니까 접근성에 대한 대비책으로 우체국과 협약이 이뤄진 것”이라며 “금융 소외계층을 위한 복지사각지대 해소 정도로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은행권에서도 우체국 등 대체 창구를 확대하는 데는 찬성하는 입장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객 편의성 측면에서 은행들이 해결에 나서야될 부분도 있다”면서 “고객들이 오프라인 지점 유무에 영향을 받지 않고 거래를 지속해 나갈 수 있다면 은행 입장에서도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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