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점포 폐쇄 절차 ‘무용지물’..“노·사·소비자 모여 새로 정하자”

금융노조, 은행 점포폐쇄 절차 개선 촉구 기자회견
폐쇄 점포수 2018년 23곳·2019년 57곳→지난해 304곳
올해 3월 은행 점포폐쇄 공동절차 마련했지만 감축세 여전
“공동절차가 오히려 점포 폐쇄 부추겨..개선 필요”

윤성균 기자 승인 2021.10.25 12:51 의견 0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전국은행산업노동조합협의회과 금융정의연대는 25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은행 점포폐쇄 중단 및 감독당국의 점포폐쇄 절차 개선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자료=윤성균 기자]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시중은행들이 비대면 거래 확산과 오프라인 고객 감소를 이유로 영업점을 축소 중인 가운데 금융노조가 점포 폐쇄 중단을 촉구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전국은행산업노동조합협의회과 금융정의연대는 25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은행 점포폐쇄 중단 및 감독당국의 점포폐쇄 절차 개선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금융노조는 “오직 수익 하나를 잣대로 하는 은행의 무분별한 점포 폐쇄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며 “은행노동자의 고용을 위협하는 것을 물론 지역과 세대간 금융격차를 더욱 확장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부터 시중은행들은 비대면 거래 증가와 디지털 전환을 이유로 경쟁적인 영업점 폐쇄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상반기 국내은행 점포 운영현황’에 따르면 ▲2018년 23곳 ▲2019년 57곳에 불과했던 은행 점포 감소 규모는 지난해 304곳으로 급증했다.

5대 시중은행이 연내 이미 폐쇄했거나 폐쇄 예정인 점포 목록을 합산하면 올 한 해 폐쇄점포 수는 총 250곳에 이른다. 여기에 특수은행과 지방은행, 외국계은행를 더하면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로 점포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추세는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시중은행들은 이미 내년 1월 79곳의 점포를 폐쇄할 예정이다. 은행별로는 ▲KB국민은행 35곳 ▲신한은행 42곳 ▲하나은행 2곳 등이 점포 폐쇄 예정 목록을 올렸다.

금감원이 올해 3월 ‘은행업감독업무시행세칙’을 개정해 점포 폐쇄 전 외부인 참관 사전영향평가 실시를 의무화했지만 점포 감축세를 줄이기에는 역부족이다.

금융노조는 “올해 3월 은행점포 폐쇄 가이드라인이 마련됐지만 출장소 전환이나 ATM 운영 등 갖가지 대체수단을 허용하면서 오히려 점포 폐쇄를 더욱 부추기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금융당국의 방관 하에 점포 폐쇄가 지금과 같은 속도로 이어질 경우 장차 은행 산업은 전면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금융소비자가 떠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업점 축소와 비대면 채널 확대가 맞물리면서 은행 직원 수도 급격하게 줄고있다. 금융노조에 따르면 한 시중의 경우 최근 10년 사이 2만5000여명에 달했던 직원 수가 1만7000여명으로 32% 급감했다.

금융노조는 “점포 폐쇄가 계속된다면 지속적인 인력 감축은 불가피하다”며 “양질의 일자리가 급격히 줄어 사회적 부담 역시 심각하게 가중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올해 산별 중앙교섭에서 영업점 폐쇄 중단과 폐쇄 시 노조와 협의할 것을 요구했지만 관철되지 못했다”며 “노조 합의가 없으면 폐쇄할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폐쇄 시 합의하자는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교섭과정에서 시중은행장들에게 적정 점포수가 몇 개인가 물었지만 어떤 대답도 들을 수 없었다”며 “대체 시중은행장이 생각하는 적정 점포수는 몇 개 인가? ”라며 되물었다.

박 위원장은 “오직 수익성만 매몰돼 점포를 없애다가는 금융소비자의 불편은 점점 더 가중될 수밖에 없다”며 “점포폐쇄를 즉시 중단하고 국민들과 노동자와 사용자들이 다함께 모여 점포폐쇄와 관련해 규칙을 새로 정하자”고 요구했다.

금융노조는 금융당국과 시중은행, 국회를 향해 이번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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