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세 모녀' 비극 재발 막아야..한사연, 사회복지 행정체계 개선 촉구

이상훈 기자 승인 2022.08.29 13:04 의견 15
[자료=한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

[한국정경신문=이상훈 기자] 한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회장 박영용, 이하 한사연)는 지난 21일 수원시 권선구 다세대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수원 세 모녀' 사건과 관련해 고질적인 행정체계가 빚은 비극이라고 판단, 행정체계 개선을 촉구했다.

한사연은 29일 수원 세 모녀 사건이 행정의 사각지대에서 일어난 비극이라고 밝혔다. 이들의 주소지와 실거주지가 달랐기 때문에 미거주 이유로 복지 비대상자 처리가 됐다는 설명이다.

한사연은 지난 2014년에 발생한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정부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하고, 긴급지원을 확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회보장 지원을 받지 못하는 이들이 끊이지 않는 이유를 3가지 언급했다.

우선, 사회복지와 행정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행정 체계가 사회복지의 전문성을 경직시킨다는 의견이다. 일반행정직 공무원은 고등학교 졸업 후 공무원 생활을 시작할 수 있지만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은 대학(교) 또는 평생교육기관, 사이버대학 등을 통한 학점이수를 한 뒤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해야 공무원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따라서 사회복지전담공무원 임용 시 일반행정직 공무원에 비해 연령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이 되더라도 대부분 행정공무원이 팀장이기에 사회복지 자격증과 전문지식이 없는 자가 자격증 있는 자를 지시하는 촌극이 발생하게 된다. 이것은 곧 복지의 특수한 상황 인식을 늦어지게 만든다.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의 조직체계의 허상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행정안전부·보건복지부는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를 확대하고, 보건복지 분야 통합사례관리, 주민참여형 서비스 제공기반 마련 등을 하기 위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보건복지인력 1만5000명을 확충해 읍면동 배치 추진했다. 하지만 많은 지자체에서 보건복지서비스 부서(맞춤형 부서)를 별도로 신설하지 않은 채 일반복지 부서를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 부서(맞춤형 부서)로 부서명만 변경하는 일이 비일비재해 실효를 못 거두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와 정부에서도 공공사회복지 업무의 적정량 평가를 제대로 실시하지 못하고 있다. 모든 공무원이 신청서를 제출하면 사회보장정보시스템(행복e음)의 권한을 받아 사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보장정보시스템(행복e음)을 사용한다는 이유로 대부분의 부처 및 지자체에서 사회복지전담공무원에게 업무를 시달한다.

이것은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의 업무과다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회장 박영용, 전국 3만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의 단체)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질병 및 사망으로 인한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1년 4대 중증질환 19명, 질병사망 6명, 질병퇴직 2명이었으나 2021년에는 4대 증중질환 87명, 질병사망 12명, 질병퇴직 3명으로 파악됐다. 10년 만에 4대 중증질환자가 4배, 질병사망 2배, 질병퇴직이 1.5배 증가했다.

한사연은 "수원 세 모녀 사건으로 인해 임시방편으로 계획을 세울 것이 아니라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의 전문성이 제대로 발휘되고 슈퍼바이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행정체계로 변화돼 실질적인 복지 행정의 내실화를 이뤄야 다시는 이런 안타까운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사연은 전국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의 전문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1987년 설립,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사회복지전담공무원 모임이다. 현재 사회복지전담공무원 3만여 명이 한사연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다음은 한사연이 '수원 세 모녀' 사건과 관련해 발표한 고질적인 행정체계와 관행 개선을 촉구하는 글 전문이다.

- 수원 세 모녀의 죽음은 고질적인 행정체계와 관행의 결말 -

지난 8월 21일 수원시 권선구 다세대주택에서 세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됐다. 세 모녀는 건보료 체납자로 복지사각지대 발굴 대상자였지만, 미거주 이유로 비대상자 처리가 됐다. 이들의 주소지와 실거주지가 달랐기 때문이다.

수원 세 모녀 사건과 비슷한 사건은 지난 2014년에도 발생했다. 당시 사회적 논란이 '송파 세 모녀' 사건이 그것이다. 당시 송파 세 모녀는 생활고로 고생하다가 번개탄을 피워놓고 동반자살해 전국에 슬픔을 안겨줬다.

송파 세 모녀 사건으로 연일 화제가 되면서 각종 언론매체는 대대적으로 대책과 대안 마련을 주문했다. 이에 정부에서는 송파 세 모녀 사건의 대안으로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하고, 긴급지원을 확대하고, 사회보장 지원을 받지 못하는 지원대상자 발굴 근거를 마련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2022년 수원 세 모녀의 비극을 막지는 못했다. 제대로 된 대책과 사회안전망이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아랫돌을 빼서 윗돌 괴기 식이 아닌 행정체계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비극적인 결말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끊이지 않는 비극의 근본적인 원인은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사회복지와 행정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행정 체계가 문제다.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이 되기 위해서는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공무원 시험에 응시해 합격해야만 임용될수 있다. 사회복지사 자격증 취득을 위해서는 대학(교) 또는 평생교육기관, 사이버대학 등을 통한 학점이수를 해야만 한다. 일반행정직 공무원과 달리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사회복지공무원 시험을 응시할 수 없다. 따라서 사회복지전담공무원 임용 시에는 일반행정직 공무원에 비해 연령이 높을 수밖에 없다.

사회복지전담공무원으로 임용되면 자격증을 소지한 사회복지전담공무원 팀장이 슈퍼바이저 역할을 수행하며 팀을 이끌어야 하는데, 대부분 행정공무원이 팀장으로 슈퍼바이저 역할을 수행한다. 자격증 없는 자가 자격증 있는 자를 지시하니 복지의 특수한 상황 인식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일선 읍면동에서는 슈퍼바이저 역할을 해야 하는 행정직공무원이 팀장일 경우, 복지 업무는 복지직이 잘 알 것이라며 팀원인 사회복지공무원에게 알아서 하라고 지시하는 경우도 많다.

이는 대부분의 지자체에 발생하는 고질 적인 문제다. 임용 당시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은 보직관리 원칙, 보직관리 기준에 의거해 배치되지만 슈퍼바이저 역할을 하는 팀장위치 만큼은 행정직공무원 자리를 위협하는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사회복지전담공무원으로 슈퍼바이저 역할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줄어든다.

올바른 공공복지체계가 확립되기 위해서는 사회복지분야와 행정분야를 구분해야 하며, 인력운용을 별도로 해야 한다. 통합 정원관리 할 것이 아니라 사회복지분야에 따른 별도 정원관리와 인사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결과적으로 사회복지분야는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이 슈퍼바이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이렇게 행정체계가 변화가 될때, 올바른 사회복지안전망이 제대로 가동되고 운영될 수 있다.

둘째,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의 조직체계의 허상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행정안전부·보건복지부는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를 확대하고, 보건복지 분야 통합사례관리, 주민참여형 서비스 제공기반 마련 등을 하기 위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보건복지인력 1만5000명을 확충해 읍면동 배치 추진했다. 이와 동시에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를 위해 부서 신설을 담았다.

하지만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를 위한 부서 신설을 꼼수로 부린 지자체가 다수 발견됐다.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 부서(맞춤형 부서)를 별도로 신설하지 않은 채 일반복지 부서를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 부서(맞춤형 부서)로 부서명만 변경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던 것이다. 그 결과 정부는 보건복지서비스 부서가 모두 설치가 된 것으로 파악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주민복지부서 없이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 부서(맞춤형부서)만 설치 완료되는 모형은 매뉴얼에 없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정부 지침을 어기고 있는 현실이다. 이는 외형만 있으면 되고 내용은 살펴보지 않는다는 것을 반증한다.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의 인력이 어디에, 어떻게 배치됐는지 알 수 없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행정부서에서 인사관리와 정원관리를 하기 때문에 복지부서에서는 인력 배치 현황을 구체적으로 알 수가 없다.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는 보건기능 강화를 위해 간호직까지 채용했으나, 코로나19 비상 상황으로 인해 대부분 보건소에서 근무 중이다. 실제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로 채용된 인력이 코로나19 관련 업무를 하는지 일반 보건업무를 하는지 알 수가 없다고 한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사회복지전담공무원 채용 인력과 배치 현황은 중요한 문제다.

이와 관련하여 S지자체에 근무하는 K사회복지직공무원은 부서(팀) 신설 및 인력증원으로 찾아가는 복지를 실시하는 효과성이 아닌 일반행정직 공무원의 팀장 승진 잔치가 됐다는 볼멘소리를 했다.

정부에서는 이러한 내용의 실태파악조차 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셋째, 국회와 정부의 공공사회복지 업무 적정량 평가 필요한데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회는 다양한 사회복지 관련 법률안을 발의한다. 그러나 실제 적용하고 처리하기에는 인력이 부족할 수 있다. 실제 실행 가능한가? 할 수 없나? 등은 중요한 문제다. 아무리 솜씨 좋은 요리사가 만든 음식이더라도 배탈이 나서 먹을 수 없으면 소용없는 일이다. 또한, 솜씨 좋은 요리사 여럿이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어 먹으라고 해도 배가 부르면 모든 음식을 먹을 수 없다. 이와 같이 국회의 다양한 법률안, 정부조직법과 상관없이 모든 부처의 복지정책을 인력에 대한 고려 없이 사회복지전담공무원에게 떠맡기는 것은 가혹하다.

대부분의 부처에서 사회복지전담공무원에게 업무를 시달하는 이유는 사회보장정보시스템(행복e음)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한국사회보장정보원에서는 모든 공무원이 신청서를 제출하면 권한을 받아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2013년 안타깝게도 사회복지직공무원 4명이 잇달아 자살했다. 당시 자살한 공무원 중 한 명은 기초노령연금 1119명, 장애인 1039명, 양육수당 447건, 일반보육료 517세대, 유아 학비보조 385세대를 담당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언론도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의 과도한 업무량 및 업무 깔대기를 원인으로 삼고 대책 마련에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도 사회복지전담공무원 인력을 확충한다고 밝혔다.

사회복지직공무원에 따르면 당시의 인력확충은 큰 효과는 없었다고 말했다. 2013년 당시만 하더라도 사회복지 분야 인력이 부족해 일반행정직 공무원들과 함께 복지업무를 수행했는데,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이 확충되면서 일반행정직 공무원들을 순차적으로 다른 부서로 배치시켰기 때문이다.

한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회장 박영용, 전국 3만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의 단체)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질병 및 사망으로 인한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1년 4대 중증질환 19명, 질병사망 6명, 질병퇴직 2명이었으나 2021년에는 4대 증중질환 87명, 질병사망 12명, 질병퇴직 3명으로 파악됐다. 10년 만에 4대 중증질환자가 4배, 질병사망 2배, 질병퇴직이 1.5배 증가했다.

결론적으로 수원 세 모녀 사건으로 인해 임시방편으로 계획을 세울 것이 아니라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의 전문성이 제대로 발휘되고 슈퍼바이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행정체계로 변화돼 실질적인 복지 행정의 내실화를 이뤄야 다시는 이런 안타까운 일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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