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폭우' 한전..상반기 '적자 폭풍' 예고에 자산 매각 나섰지만 "3분기는 더 심각"

'적자 늪 탈출 위해'..한전기술 지분 매각 추진
2분기 영업손실 5.3조 관측..12일 실적 발표
SMP-판매가격 격차 심화.."하반기도 암울"

이정화 기자 승인 2022.08.10 10:21 의견 0
10일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최근 한전기술 지분 매각을 위한 자문사 선정 작업에 돌입했다. 사진은 정승일 한국전력 사장. [자료=한전]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한국전력이 올 상반기에만 13조원이 넘는 적자를 낼 전망이다. 국제 에너지값이 치솟으면서 한전이 전력을 사 올 때 적용하는 전력 도매가격(SMP·계통한계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서고 판매 가격과도 격차가 커지고 있어서다. 한전도 경영난을 해소하기 위해 자산 매각에 나서기로 했지만 3분기에는 더 큰 적자 폭우가 예고되면서 이마저도 궁여지책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최근 한전기술 지분 매각을 위한 자문사 선정 작업에 돌입했다. 한전이 매각하는 한전기술의 지분은 14.77%로 약 40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한전은 이달 내 자문사를 선정하고 다음 달부터 매각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이 같은 자산 매각은 '적자 늪'을 탈출하기 위한 노력이다. 앞서 한전은 지난 1분기 역대 최고인 7조7869억원의 영업손실을 거뒀다.

올 2분기에도 실적난은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전망하는 한전의 2분기 연결 기준 평균 영업손실 규모는 5조3712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한 해 적자액 5조8601억원에 버금가는 규모다. 한전은 오는 12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처럼 한전이 2분기에 또다시 5조원대 적자를 내는 것은 전력을 비싸게 구매해 싸게 팔아서다. 정부는 그간 물가 안정을 위해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해 왔다. 지난 4월의 경우 SMP는 202.11원인데 판매단가는 103원으로 거의 두 배 차이가 났다. 전력을 구매한 가격이 판매 가격의 거의 두 배인 셈이다.

올 3분기에는 전력 구매 가격과 판매가격의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어 2분기보다 적자 규모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SMP는151.85원으로 6월보다 17.1% 올랐고 이달 들어서는 SMP가 또다시 200원대로 올라갔다.

더욱이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대대적으로 줄이면서 국제 시장에서 가스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 반면 한전의 전력 판매단가는 그만큼 인상되지 않은 상황이다. 3분기 전기요금에 적용되는 연료비 조정단가는 킬로와트시(kWh)당 5원 오르는 데 그쳤다. 따라서 당장 전기요금을 다시 인상하기도 쉽지 않다는 평이 나온다.

하반기 실적 개선의 여지가 적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미 한전은 경영난을 해소하기 위해 손쓸 수 있는 일은 다 했다.

회사채 발행도 마찬가지다. 한전은 올 상반기에만 15조5000억원에 이르는 회사채를 발행했다. 시장에서는 한전의 올해 회사채 발행액이 3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본다. 한전 회사채 발행액 한도가 자본금과 적립금의 2배 이하로 제한된 만큼 조만간 임계치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전 관계자는 "여름에 전력 도매단가와 판매단가의 격차가 더 커지고 있다"며 "지금 추세가 유지되면 3분기 적자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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