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루나 가즈아!" 외치지 않으면 강퇴..권도형 대표의 오만이 빚은 참극

이상훈 기자 승인 2022.05.17 07:34 | 최종 수정 2022.05.19 16:22 의견 2
권도형 테라폼랩스 CEO. [자료=테라폼랩스]

[한국정경신문=이상훈 기자] 루나 토큰이 지난 1주일간 99% 이상 폭락하면서 스테이블코인인 테라(UST)와 루나(LUNA) 토큰을 발행해 한때 100조원에 달하는 가상자산 시가총액을 자랑했던 테라폼랩스의 권도형 CEO의 과거 발언이 재조명되고 있다. 타인을 향한 비아냥과 조롱이 수차례 반복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그의 그러한 행동이 이번 테라 스테이블코인의 가격 붕괴 사태를 촉발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료=트위터]

17일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표적인 논란은 권 대표가 트위터에서 자신에게 질문하거나 테라-루나에 대한 의문점을 갖는 사람들에게 대놓고 '가난한 사람(Poor)'이라고 조롱해왔다는 점이다.

지난해 7월 영국의 경제학자 프란시스코 코폴라가 "UST라고도 불리는 테라USD가 사용하는 자기 수정 메커니즘은 당황한 투자자들이 출구를 향해 한번에 몰려 갈 때 실패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테라의 실패 가능성을 지적했다. 그러자 권 대표는 "나는 트위터에서 가난한 사람들과 토론하지 않는다"고 비아냥거렸다.

[자료=트위터]

또 그는 수차례 타인을 '가난한 사람(Poor)'이라고 조롱했다. 테라와 루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거나 곤란한 질문을 한 이에게 "당신은 여전히 가난한가?", "나는 가난한 사람들을 정리하지 않겠다", "가난한 사람들에 맞서 도박을 하지 않는다" 등등 타인을 공개적으로 망신줘왔다.

지난 5일에는 그는 한 체스 관련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체스 선수 겸 유튜버 알렉산드라 보테즈가 "가상자산 기업이 향후 년간 얼마나 남아 있을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 웃으며 "95%는 죽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는 일도 재밌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권 대표에 얽힌 일화가 있다. 많은 가상자산 업체들이 투자자들 커뮤니티로 카카오톡의 '오픈채팅방'과 텔레그램 방을 운영한다. 루나 공식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는 권 대표가 투자자들과 종종 소통해왔으나 방에 입장한 이가 즉시 "루나 가즈아!"를 외치지 않으면 이유 불문 강퇴시켰다. 또 난처한 질문을 하더라도 잘 모르는 발언이라고 공개 저격하며 강퇴시키곤 했다.

이런 그의 행동에도 불구하고 2년 전 200원 내외였던 루나 토큰은 한때 14만원대까지 치솟았다. 500배 이상 꾸준히 올라왔기에 투자자들은 그의 발언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루나의 가격이 폭락하면서 수많은 투자자들의 수백배 수익률은 거짓말처럼 사라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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