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서비스는 공짜 아니다”..이재명·윤석열 금융공약에 할말하는 은행권

은행연합회, 여야 후보에 은행권 제언 전달
기본대출·국책은행 이전..선심성 공약 비판
신년 기자간담회 예고..은행권 요구 목소리↑

윤성균 기자 승인 2022.01.25 10:59 의견 0
지난해 3월 9일 김광수 은행연합회 회장이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자료=은행연합회]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은행권이 오는 3월 대선을 앞두고 여·야 대선 캠프에 건의사항을 전달하는 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정책금융지원에 동원된 은행들의 피로도가 계속 쌓인데 다가 대선정국에 선심성 금융정책이 쏟아지자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연합회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캠프에 은행권의 건의사항을 담은 ‘금융산업 혁신과 국민 자산증식 기회 확대를 위한 은행권 제언’을 전달했다.

제언에는 ▲데이터 기반 미래형 금융 실현 방안 ▲고령화에 따른 중·장년층 자산관리 수요 증대 및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투자 열풍에 부응하는 자산증식 기회 창출 ▲지방금융 활성화 ▲혁신과 자율·책임에 기반한 경영환경 조성 등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네 가지 목표와 방안 등이 담겼다.

특히 은행들은 자율적인 경영환경 조성에 목소리를 높였다. 은행연합회는 “코로나19 상황에서 각종 금융 지원을 하고 있음에도 정책사업에 은행을 동원하는 사례가 잦다”며 “은행 서비스는 공짜라는 인식, 금융산업은 다른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도구와 수단이라는 사회적 통념을 없애 달라”고 요청했다.

그간 은행권은 코로나19 사태로 다양한 금융지원에 동원되며 피로감을 호소해 왔다. 지난 2020년 4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만기연장·이자상환 유예 조치된 금융권 코로나 대출은 총 272조2000억원 규모다. 이중 75% 이상이 은행권에서 이뤄졌다.

게다가 금융당국은 부실위험을 이유로 은행권에 대손충당금을 더 쌓을 것을 요구한 상황이다.

은행연합회는 “은행은 서비스 수수료를 원가에 근거해 현실화할 수도 없고 배당도 간섭받아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기 어렵다”며 “은행들이 금융감독원에 내는 감독분담금이 일종의 수수료임에도 정작 당국의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서비스는 부족하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은행권은 여야 대선 후보가 내놓는 금융정책 관련 공약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22일 청년 정책공약을 발표하면서 기본대출을 포함한 청년기본금융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청년층이 1000만원 이내의 돈을 장기간 은행 이자 수준으로 빌릴 수 있게 해 대부업체의 비싼 이자에 내몰리지 않도록 하는 취지다.

이에 대해 은행권에서는 정책 실효성은 적고 오히려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상환 능력이 없는 금융소비자에게까지 대출을 해주는 것은 금융 원리에 반하는 것으로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며 “현재 햇살론, 새희망홀씨 등 서민금융 지원제도가 이미 있고 은행권도 정부 정책에 따라 서민금융 분야에 지속해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윤석열 후보가 내놓은 국책은행 지방이전도 은행권의 반발에 부딪쳤다. 윤 후보는 지난 15일 부산을 찾아 KDB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공개적으로 약속한 바 있다. 윤 후보는 “부산이 세계 최고의 해양 도시로 또 첨단 도시로 발돋움하려면 금융 자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산은을 부산으로 이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이에 3대 국책은행을 포함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성명서를 통해 윤 후보의 발언을 ‘국가에 대한 애정·고민 없는 망언’으로 규정하고 거친 반응을 쏟아냈다.

금융노조는 “산업은행은 서울 및 수도권에서 잉여자금을 회수해 지방에 재분배함으로써 수도권과 지방 간 금융격차를 해소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부산으로 이전시키면 주 수익원으로부터 배제돼 지역 균형 발전을 지원하기 위한 자금을 포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는 국책은행의 국가 경제에서의 역할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면서 “코로나19 위기 내내 국책은행을 비롯한 금융산업 노동자들이 흘리고 있는 피와 땀에 대한 존중 따위도 없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은행권은 오는 26일 열리는 은행연합회 신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차기 정부에 대해 요구 목소리를 본격적으로 담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광수 은행연합회 회장은 지난해 3월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내부통제 미흡을 이유로 은행의 최고경영자를 징계하는 것은 경영활동을 위축시킬 위험이 크다는 우려를 전한 바 있다.

또 빅테크 플랫폼에 대해 규제 체제를 정비하고 철저한 영업규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도 제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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