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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경신문=권준호 기자] 올해 ‘7말 8초 IPO(기업공개) 슈퍼위크’라는 문구가 나올 만큼 IPO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른 가운데 증권사들이 조용히 실적을 챙기고 있어 눈길이 쏠린다. 큰 이변이 없다면 이들이 올해 벌어들이는 IPO 주관 수수료수익은 ‘역대급’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다보니 일각에서는 ‘IPO 호황 속에 웃는 건 증권사뿐’이라는 말도 나온다.
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기준 지금까지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기업 수는 총 65곳(스팩, 재상장 제외)이다. 이는 지난해 70곳, 2019년에는 77곳이 상장한 것과 비교하면 조금 줄어든 수치다.
전체적인 수는 조금 줄었지만 공모 규모는 늘었다. 특히 덩치가 큰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기업들이 크게 늘었다. 3분기가 아직 다 지나지 않았지만 올해 코스피에 상장한 기업은 14곳에 이른다.
최근 5년래 가장 많은 수치다. 지난 2017년에는 9곳, 2018년 8곳, 2019년 11곳, 2020년에는 5곳이 코스피 시장에 데뷔했다. 하반기 ‘대어’로 뽑히는 카카오페이, 현대엔지니어링, LG에너지솔루션 등이 더 남아 있어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유난히 눈에 띄는 것이 있다. 바로 정정요구서를 받아 공모가를 낮춘 종목들과 온라인으로 수수료를 받는 증권사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두 현상 모두 증권사들의 수수료 수익과 관련 있다.
올해 하반기 코스피에 상장했거나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 중 정정신고서를 받은 곳은 크래프톤과 SD바이오센서, 카카오페이 등 세 곳이다. 그간 금융감독원이 대부분 코스닥 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정정신고서를 요청해온 만큼 코스피에 상장을 시도한 기업 세 곳이 정정신고서를 요구받았다는 것은 상당한 관심을 끌었다.
정정요구를 받은 세 기업은 모두 공모가를 낮췄다. 크래프톤은 기존 45만8000~55만7000원에서 40만~49만8000원으로, SD바이오센서는 6만6000~8만5000원에서 4만5000~5만2000원, 카카오페이는 6만3000~9만6000원에서 6만~9만원으로 각각 수정했다.
이들이 공모가를 낮추고 금감원의 심사를 통과 받았다는 것은 기존에 주관사와 기업이 함께 선정한 공모가 밴드범위가 높게 형성됐다는 뜻이다. 일각에서 주관증권사들이 인수수수료를 더 많이 받기 위해 기업을 고평가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증권사들은 기업의 상장을 주관한 대가로 일정 부분 수수료를 받는데 공모 규모가 커질수록 높은 수수료를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공모가를 높여 잡아 이득을 과도하게 챙기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최근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대신증권 등 일부 증권사들이 온라인 청약 시 0원이던 수수료를 일정 부분 부과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러한 지적에 힘을 실어준다. 이들은 기존 지점을 방문해 청약하는 사람에게만 부과하는 수수료를 온라인 이용자들에게까지 확대했다.
한 개인투자자 A씨는 “물론 증권사들이 기업 상장을 위해 여러 노력을 하는 점은 동의한다”면서도 “하지만 유난히 올해 코스피 상장 기업 중 공모가를 낮추는 곳이 많다는 것은 공모가가 고평가 됐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수수료 수익을 많이 얻기 위해서 공모가를 높게 잡은 것은 아니겠지만 공모가에 대해 잘 모르는 개인을 위해서 좀 더 세밀하게 분석해줬으면 좋겠다”며 “같은 일이 계속 반복되면 고의로 느껴지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온라인 수수료를 받기로 결정한 것은 서버 운용, 증축 등 들어가는 비용이 많이 늘었기 때문”이라며 “공모가의 경우에도 증권사 단독으로 정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단순히 인수수수료를 많이 받기 위해 공모가를 높게 잡는다는 건 오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