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먹구름은 무슨”..매력적인 종목은 알아서 모인다

지난달 초 크래프톤 청약 실패 뒤 'IPO 시장 시들해졌다' 목소리
현대중공업 흥행 성공하며 불확실성 제거
"결국 장 상황·종목 매력도가 중요"

권준호 기자 승인 2021.09.09 11:48 의견 0
[자료=픽사베이]

[한국정경신문=권준호 기자] 지난달 초 크래프톤이 사실상 기업공개(IPO)에 실패한 뒤 일각에서는 ‘IPO 시장은 이제 시들해졌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계속되는 주가 조정과 금리 인상이 거래대금 감소로 이어지며 이러한 주장에 한층 힘을 더했다. 하지만 어제(8일) 마무리된 현대중공업 일반청약이 대박을 치며 IPO 시장에 대한 걱정이 기우였음을 보여줬다. 결국 종목 매력도가 IPO 성적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뽑힌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지난 7일과 8일 실시한 일반 청약에서 증거금 55조8891억원, 통합경쟁률 404.29대 1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번 청약은 국내 증권사 8곳에서 실시했는데 경쟁률이 가장 높은 곳은 416.10대 1(하나금융투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달 초 있었던 크래프톤의 일반 청약 결과와 대비된다. 당시 기관수요예측에서 2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보여 일반 청약에서도 흥행을 이어갈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최종 증거금은 5조358억원, 통합경쟁률은 7.79대 1을 기록하는 등 사실상 실패를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각에서는 IPO 시장이 점차 시들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고 그 불확실성은 현대중공업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막상 결과를 열어 보니 기관수요와 일반 청약 모두 큰 인기를 끌었다. 이제는 흥행을 넘어서 ‘따상(시초가가 공모가 두 배 형성 뒤 상한가)’을 간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증권업계는 크래프톤과 현대중공업의 흥행 성패는 종목 매력에서 갈렸다고 분석한다. 개인투자자들이 크래프톤은 호재보다 악재가, 현대중공업은 악재보다 호재가 더 많았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크래프톤은 청약 당시 ▲높은 공모가액 ▲특정 게임에 대한 높은 의존도 ▲중국 게임규제 등 악재가 겹치며 흥행에 실패했다.

반면 현대중공업은 ▲꾸준히 발생하는 현장 사망사고 ▲이어지는 소송 ▲성장성 한계 등 악재가 있지만 ▲환경규제 선제적 대응 ▲조선업계 글로벌 점유율 1위 ▲기관의 높은 의무보유 확약 비율 등 호재가 더 큰 매력을 끌어 흥행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제 개인투자자들도 IPO를 한다고 해서 무작정 투자를 하지 않는다”며 “예전과 달리 정보의 비대칭성이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공부를 많이 하고 투자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이와 비슷한 입장이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모주 종목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 개인투자자들 청약이 몰리거나 빠지거나 하는 현상은 예전부터 나타나고 있다”며 “시장 상황이 아무리 좋아도 종목 매력도가 떨어지면 청약이 적게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이보다 더 큰 영향을 받는 것은 시장 상황”이라며 “주가는 보통 유동성과 시장에 대한 기대감에 의해 움직이곤 하는데 IPO 시장은 주가보다 시장 상황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따라서 시장 상황이 좋으면 개인투자자들이 종목 매력도를 첫 번째로 생각하겠지만 반대로 장 상황이 급격히 안 좋아지면 IPO 시장 자체가 축소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향후 IPO 시장 분위기도 앞서 말한 두 가지 요소가 좌우할 것으로 판단했다.

이 연구위원은 “사실 향후 IPO 시장을 예측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면서도 “종목 매력도도 중요하지만 하반기 시장 상황이 향후 IPO 시장 변화의 ‘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상반기 시장 분위기가 하반기에 그대로 간다면 IPO 시장도 그대로 갈 것이고 하반기 장 분위기가 나빠진다면 시장은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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