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상장’ 현대중공업, ‘따상’은 불가능하다?

첫날 유통 가능 상당수 외국 기관투자자
최근 공모주 트렌드 '단기 테마주' 성격
회사·업계 성장성에 한계 의견도

권준호 기자 승인 2021.09.16 13:03 의견 0

[한국정경신문=권준호 기자] 얼마 전 기업공개(IPO) 흥행을 거둔 현대중공업의 유가증권 상장이 어느새 내일로 다가왔다. 일반 청약에서 예상보다 더 큰 호응을 얻으며 불확실성을 지우더니 이제는 한 발 더 나아가 ‘따상(시초가가 공모가 두 배 형성 뒤 상한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여러 상황을 분석해 봤을 때 사실상 따상은 어려워 보인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오는 17일 코스피에 상장한다. IPO 전까지만 하더라도 유동성 감소 및 투자자 이탈로 흥행 성공 여부에 불확실한 시선이 많았다. 하지만 기관수요예측에서 1836대 1(역대 2위), 일반청약 경쟁률 405.5대 1, 증거금 56조원 등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일각에서는 ‘이제 따상만 남았다’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지만 ▲첫날 유통 가능 물량 상당수가 외국 기관투자자라는 점 ▲최근 공모주 트렌드가 단기 테마주처럼 흐르고 있다는 점 ▲회사 성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점 등 세 가지 이유가 따상으로 가는 길목에 발목을 잡을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중공업의 증권신고서를 보면 첫날 유통 가능 물량은 개인투자자 물량 460만8003주, 기관 의무보유기간 미확약 물량 393만480주 등 853만8483주다. 전체(8877만3116주)의 9.6%에 해당하는 수치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건 외국 기관투자자 물량이다. 전체 393만480주 중 이들이 차지하고 있는 물량은 344만9800주로 첫날 유통 가능한 기관 물량 가운데 87.7%, 전체의 40.4%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만약 장 초반 외국 기관투자자들이 매도 폭탄을 형성한다면 여기에 동요된 개인투자자들도 함께 물량을 내던지며 주가가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반대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첫날 유통 물량이 전체의 10%도 안 되기 때문에 종목 보유자들이 주식을 보유한다면 팔고 싶어 하는 사람들보다 사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아지기 때문에 주가는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공모주 트렌드가 상장 첫날과 다음날 가격을 올리고 이후 떨어뜨리는 '테마주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상장 당일 공모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마감되는 종목들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대중공업도 상장 첫날 상당수 매도 물량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하반기 코스피·코스닥에 상장된 종목들 상당수에서는 상장 당일 종가가 공모가를 하회한 점이 확인됐다. 지난 1월 말 코스닥에 상장된 씨앤투스성진은 첫날 종가 2만8700원을 기록했다. 이는 공모가(3만2000원) 대비 10.3% 하락한 수치다.

이외에도 5월 중순 코스닥에 상장된 에이치피오, 씨앤씨인터네셔널이 상장 첫날 각각 공모가를 23.8%, 13.3% 하회한 상태로 장을 마감했고 코스피에서도 8월 상장한 크래프톤과 한컴라이프케어, 롯데렌탈이 각각 공모가 대비 8.8%, 6.5%, 5.9% 하락한 상태로 장을 마감했다.

이에 대해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 기관투자자들의 물량이 첫날 유통 물량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부분은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황 연구위원은 “최근 공모주들의 주가 흐름을 보면 첫날과 다음날에는 가격이 오르고 이후에는 떨어지는 경우가 다수 있는데 외국 기관들도 이 패턴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며 “이는 최근 공모주가 단기 테마주 성격을 띠고 있다고도 분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예 상장 첫날 매도 물량을 늘릴 가능성도 있어 투자자들은 이 부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중공업 및 조선업계 향후 성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걸림돌로 뽑힌다. 현대중공업이 지난 1985년부터 현재까지 조선업계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앞으로 지금까지의 발전보다 더 큰 것을 기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현대중공업이 분명 매력 있는 회사는 맞지만 향후 성장성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며 “현재 이목을 끌고 있는 분야를 보면 지금의 실적도 중요하지만 향후 성장성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대중공업 상장일 종가는 공모가를 상회할 것으로는 보이지만 따상까지는 힘들 것으로 예측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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