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0만장 신용카드 쿨쿨"..'체리피커' 물살에 캐시백 정책도 "단비 아냐"

휴면카드 890만장 '11.9%↑'..롯데카드 164만5000장 '업계 최다'
카드 자동해지 규제 시행·체리피커 고객 증가.."리텐션마케팅 필요"

이정화 기자 승인 2021.08.04 12:07 의견 0
[자료=게티이미지뱅크]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890만장 신용카드가 1년 넘게 서랍 속에 잠들어 있다. 특히 발급 초기에 혜택만 챙기고 더이상 카드를 쓰지 않는 '체리피커' 소비자가 늘면서 카드사들은 휴면고객을 살리고 기존 고객의 재방문을 유도하는 작업을 통해 안정적인 고객 확보를 위해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4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국내 8개 카드사(신한·KB국민·삼성·현대·롯데·우리·하나·비씨)의 휴면카드 수는 올 2분기 기준 890만3000장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795만9000장)보다 11.9%(94만장) 증가한 수치다. 전 분기(873만9000장)와 비교하면 1.9%(16만장) 늘었다. 휴면카드는 1년 이상 이용실적이 없는 신용카드를 말한다.

카드사별로 보면 롯데카드가 164만5000장으로 전년 동기보다 16.2% 증가해 가장 많은 휴면카드를 보유했다. 이어 ▲KB국민카드(144만2000장) ▲현대카드(126만8000장) ▲신한카드(115만4000장) ▲삼성카드(112만6000장) ▲하나카드(98만9000장) ▲우리카드(91만5000장) 순으로 많았다. 특히 하나카드는 22.6% 늘어 증가율이 가장 컸다.

이처럼 잠자는 카드가 900만장에 육박하는 것에 대해 업계는 '휴면카드 자동해지 규제 폐지'와 함께 '체리피커형' 소비자가 늘어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체리피커란 상품이나 서비스의 여러 기능 중 본인에 필요한 혜택이나 기능만 누리고 매출엔 별로 기여하지 않는 고객이다.

이에 카드사들도 본격적인 대책 마련에 나선 모습이다. 우리카드는 최근 업계 최초로 '인당 카드 최대 발급수'에 규제를 뒀다. 고객 1명당 신용카드를 10개 이하까지 발급받을 수 있도록 적용해 체리피커 고객을 막겠다는 취지다.

또 카드사들은 일정 기간(1년 또는 6개월) 자사의 카드를 이용하지 않았던 고객(신규 회원 포함)을 대상으로 실적 조건 없이 최대 2개월 동안 각종 할인 및 캐시백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전월실적 조건을 적용하는 시점을 기존보다 길게 잡아 가입초기 기간에만 카드를 집중적으로 사용하고 고정고객층에서 빠져나가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특히 스트리밍 서비스나 아파트 관리비 등 월단위 고정지출을 붙잡는 마케팅이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1년 이상 카드를 안 쓰면 자동으로 해지되는 규정이 2019년에 폐지된 점과 캐시백 등 발급 혜택을 받고 카드를 안 쓰는 고객이 늘어난 영향"이라며 "휴면카드가 증가하면 카드 발급시 들어간 모집비용 만큼 카드 결제액 등 재무적인 이익을 창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은 잠자는 카드를 깨우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다. 일부에선 정부가 추진하는 '신용카드 캐시백' 제도가 휴면회원을 깨우는 단비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는 전분기 월평균 신용카드 사용액의 3%를 초과한 금액에 대해 10%를 환급해주는 제도로 시행 시기는 추후 결정된다. 업계는 이 제도로 소비자들이 환급 혜택을 받기 위해 새 카드를 만들거나 안 쓰던 카드를 다시 꺼내들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1차 재난지원금이 풀린 지난해 5월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승인금액은 78조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8% 증가했다. 승인건수도 3.1%(19억6000만건) 늘었다.

이에 대해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 캐시백 제도가 시행되면 휴면카드가 살아날 확률이 높아져 지켜보고 있지만 일시적인 현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며 "카드사들도 휴면카드를 활성화하기 위해 '리텐션마케팅(단골고객확보)' 등 활동을 펼치는 만큼 잠든 카드가 점점 살아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휴면카드를 보유한 일부 소비자들은 "카드 왜 안 쓰냐고 자꾸 전화와서 귀찮아", "예전에 발급 받자마자 무슨 혜택 받고 그거 외엔 안 썼어", "장기미사용 카드 엄청 많아", "OO페이나 지역화폐 쓰면서 신용카드 안 찾게 됨", "난 코시국(코로나19 시대) 때문에 소비 줄이려고 자제 중인데", "신용카드 두 개 이상은 늘리고 싶지 않더라" 등 여러 반응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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