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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카드값을 못갚는 청년이 늘고 있다. 지난해 신용카드 리볼빙 서비스 이용률이 20대 중심으로 크게 증가하면서 카드사 차원의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8일 윤두현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8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BC·롯데·우리·하나카드)의 신용카드 리볼빙(일부결제금액 이월약정) 서비스 이월 잔액에서 20대의 리볼빙 이용률이 크게 증가했다.
20대의 이월 잔액은 ▲2018년말 3480억원 ▲2019년말 4290억원 ▲2020년말 4580억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신용카드 리볼빙이란 수수료를 내고 카드 대금이나 현금서비스 대금 등 카드값 결제를 미루고 나중에 갚도록 하는 서비스다.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지만 수수료가 최대 20%를 넘어 심각한 경제적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카드업계 관계자는 "20대들은 극심한 취업난과 주식시장 활황에 따른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및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으로 자금을 끌어모으기 위해 리볼빙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리볼빙 서비스를 이용한 한 20대 소비자는 "당장 생계가 급해서 신청한 적 있다"며 "몇 십만원 씩 리볼빙(이월) 되던 게 몇 년 지나니 800만원이 넘어가서 퇴사하고 퇴직금으로 갚았고 리볼빙이라는 개념을 만들어서 퍼뜨리는 금융권 자체에 환멸이 생겼다"고 토로했다.
'리볼빙'은 20대엔 연체의 늪으로 빠지기 쉬운 함정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카드사에겐 제법 괜찮은 수익원이다.
업계에 따르면 카드사 리볼빙 수익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5224억원으로 전년(4970억원) 대비 5.1% 상승했다. 리볼빙 이월잔액이 늘어나면서 벌어들이는 수익도 함께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리볼빙 이용자도 245만6300명으로 10.3% 늘었다. 1인당 평균 약 225만원의 카드값을 다음 달로 미루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업계 안팎에서는 최근 카드사들이 리볼빙의 장점만 내세워 가입자 늘리기에만 급급한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카드사 관계자는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등에 따라 불완전판매에 대한 여지를 줄이기 위해 마케팅 시 상품 콘셉트를 정확하고 세세하게 고지하고 있다"며 "일시적인 자금 부족으로 인해 대금을 지급하지 못해서 연체자로 빠질 수 있는 위험을 이월을 통해 방지하는 장점을 중심으로 개발됐으며 이용자들도 대개 그런 요소를 염두에 두고 가입하는 추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물론 카드사들도 리볼빙 이용자 증가에 따라 그에 맞는 리스크 관리를 해야 하고 모니터링을 적극 강화해 나가야 하는 시점인 건 맞다"고 말했다.
20~30대 소비자들은 '리볼빙 서비스'를 두고 "차라리 장기카드론을 써", "가입하라고 전화 끈질기게 오더라", "신용카드 돌려막기보다 더 무서움", "홍보는 '안전한 신용등급 관리' 이런 말로 하던데", "카드론은 생활고 때문에 이해 하는데 빚내서 투자하려고 리볼빙해서 망하는 사람들은 나중에 우리가 세금으로 구제해야 하는 거 아님?", "리볼빙 이즈 망하는 길" 등 회의적인 시각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