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낙하산 악습' 재현..3대 금융협회장 등 '관피아·정피아' 싹쓸이

조승예 기자 승인 2020.12.04 17:26 의견 1
왼쪽부터 정희수 보험연수원 원장,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 김광수 은행연합회장. (자료=정희수 블로그, 한국거래소, NH농협금융)

[한국정경신문=조승예 기자] 금융권 주요 기관과 단체 수장 자리가 전직 관료와 정치인 출신 인사들로 채워지면서 '관피아(관료+마피아)·정피아(정치인+마피아)'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생명보험협회 회장에 정희수 보험연수원 원장이 선임되면서 손보협회와 은행연합회에 이어 전직 관료와 정치인이 3대 금융협회장 자리를 독차지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생명보험협회는 이날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총회를 열고 한나라·새누리당 3선 의원 출신 정희수 보험연수원 원장을 회장으로 선임했다. 앞서 생보협회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정 원장을 단독후보로 추천한 바 있다. 임기는 9일부터 3년간이다.

경북 영천 출신으로 성균관대를 졸업한 정 원장은 한나라당과 새누리당 소속으로 17·18·19대 국회의원(경북 영천·청도)을 지냈다. 19대 의원 시절인 2014∼2016년에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2017년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캠프에 합류했고 2018년 12월부터 보험연수원장으로 재임했다.

세월호 참사가 난 2014년 이래 생보협회장은 민간(금융권) 출신 인사가 맡았다. 정치인 출신 생보협회장 선임은 1981년 장승태 회장(임기 1981∼1986) 이후 39년 만이다.

앞서 손해보험협회는 지난달 금융위원회 출신인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차기 회장으로 내정했다. 정 이사장은 공직자윤리위원회 재취업 심사를 거쳐 오는 21일 회장으로 취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 이사장은 부산 출신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온 정 회장은 행정고시 27회로 1986년 당시 재무부에서 공직을 시작했다. 이후 금융감독위원회 은행감독과장,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역임했다.

은행연합회도 지난달 금융위원회 출신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차기 은행연합회 회장으로 선출했다.

김 회장은 광주제일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1983년 행정고시 27회로 공직에 들어섰다. 금융감독위원회 은행감독과장, 재정경제부 국세조세과장, 금융정책과장,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 금융정보분석원장 등을 역임했다. 법무법인 율촌의 고문을 맡다가 2018년 4월 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했다.

금융협회장 뿐만 아니라 금융권 주요 기관 수장 자리도 관료 출신이 꿰찼다.

SGI서울보증은 유광열 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을 새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전북 군산 출신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신임 대표는 행정고시 29회로 1986년 경제기획원에서 공직을 시작한 이래 기획재정부 국제금융협력국장, 새누리당 수석전문위원,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장 등을 거쳐 2017년부터 올해 6월 초까지 금감원 총괄·경영담당 수석부원장을 지냈다.

한국거래소는 새 이사장으로 손병두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추대했다. 새 이사장 선임은 오는 18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결정된다.

손 전 부위원장은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나와 미국 브라운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행정고시 33회로 공직생활을 시작, 세계은행 선임이코노미스트, 기획재정부 국제기구과장·외화자금과장·G20기획조정단장,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금융정책국장·사무처장 등을 거쳤다.

은행연합회와 손해보험협회 수장으로 퇴직 관료가 낙점된 데 이어 생명보험협회장에 정치인 출신이 맡게 되면서 관피아·정피아 논란이 더 커질 전망이다.

앞서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거래소 지부는 지난달 26일 손 전 부위원장에 대해 "금융위 부위원장으로서 모험자본 육성에만 몰입하느라 시장의 신뢰와 건전성을 저해한 직접적 책임이 있다"며 취임 반대 성명을 내고 거래소 로비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금융 시민단체 금융정의연대도 최근 금융권 바람막이 '관치금융'이 독주하는 금융권 협회 규탄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정의연대는 "관피아들이 금융권으로부터 자리를 챙겨받는 대신 정부 로비활동을 벌여 해결사가 되는 부당한 거래는 금융소비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면서 "금융권의 공공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관치금융을 중단하고 관피아 대신 민간 전문가를 회장으로 선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