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 전경 (자료=농협)
[한국정경신문=조승예 기자] 전국 각지 지역 농협에서 부정대출 사례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농협의 내부통제 시스템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김천지역의 한 농협이 친형에게 개인한도 10배 가까이 담보대출을 해준 사실이 알려져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 경북 김천 농협 간부, 친형에게 개인한도 10배 달하는 금액 대출
20일 농협중앙회 등에 따르면 경북 김천시 A농협 한 간부가 친형에게 수백억원대 담보대출을 한 사실이 적발돼 징계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B상무는 5년간 친형 C씨 등 10명에게 수차례에 걸쳐 268억원 규모의 담보 대출을 실행했다. B상무는 C씨를 비롯해 C씨의 아내, 어머니, 장인, 장모 등 친인척 9명의 명의로 대출을 해줬다. C씨는 10명 이자를 동시에 갚았다가 동일인 대출로 적발됐다. 신용협동조합법 상 동일인에게 해 줄 수 있는 대출한도는 28억원이다.
농협경북본부 감사국은 대출 과정에서 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 C씨의 아내, 어머니, 장인, 장모 등 친인척 9명의 명의를 빌려 사실상 C씨에게 대출한 것으로 판단했다. C씨는 김천혁신도시 상가건물과 토지 등을 담보로 사업자금을 대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농협중앙회 조합감사위원회는 B상무에게 해직, 상무이사에게 정직 1개월, 조합장 등 4명에게 견책 징계를 요구했다. 상임이사는 자진 사퇴했고 B상무는 초과대출은 아내, 형, 어머니 등 3명의 대출(75억원)만 인정한다며 재심을 청구한 상태다.
김천경찰서는 A농협에서 불법대출이 이뤄졌는지에 대해 법률 검토를 진행 중이다.
■ 율곡농협, 제3자 명의 이용 동일인한도 초과 대출로 징계
이달 초 경남 합천 율곡농업협동조합에서도 동일인 대출한도 초과 취급과 대출취급 불철저로 신용조합법 등을 위반한 사실이 적발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율곡농협은 2014년 8월부터 약 4년 동안 D씨 등 3명에게 본인 또는 제3자 명의를 이용하는 방법으로 동일인대출 한도를 초과한 수백억원대의 대출을 취급했다.
대출취급 과정에서 자금의 용도, 소요금액, 소요기간, 상환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적정금액을 지원해야하는 법률도 어겼다.
율곡농협은 대출 부실을 회피하기 위해 담보 취득이 안되는 미분양 상태인 해당 부동산을 담보로 잡았다. 기존 대출을 받은 사람의 배우자 등 10명의 허위 수분양자 명의를 이용해 수억원의 중도금대출을 부당하게 취급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동일인 대출한도를 초과 취급한 율곡농협 조합장과 임직원에 제재조치를 내렸다. 율곡농협은 올해 초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도전한 강호동 조합장이 맡고 있다.
강 조합장은 직무정지 3개월에 처해졌으며 주의적경고(임원 1명), 감봉 3개월(직원 1명), 견책(직원 2명) 등이다. 강 조합장은 제재 조치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통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 농업정책자금 부정대출도 128억원대..농협 위반 사례 가장 많아
농업인들에게 농가경영 자금을 지원해주는 농업정책자금의 부정대출 사례도 여전하다. 농협이 관련규정을 위반한 대출 사례는 최근 3년간 부정대출 사례 중 가장 많았다. 농협의 내부통제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홍문표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농업정책자금 부정대출 사례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6월 기준 농업정책자금 부정대출 금액의 규모는 128억8200만원으로 100억원을 웃돌았다. 2018년 365억7500만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부정대출 중 농업정책자금 대출 주요 기관인 농협에서 관련 규정을 위반한 대출 등의 사례가 706건으로 최근 3년간 사례 중 가장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부정대출 전체 건수는 2018년 699건, 2019년 699건으로 비슷한 수준을 이어갔다. 올해는 6월 기준 487건으로 집계됐다.
부정대출 사례별로 살펴보면 최근 3년간 대출취급기관이 관련 규정을 위반해 대출취급 한 사례가 706건(37.5%)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사망 등 중도회수 사유 발생 649건(34.4%),‘사업자가 정책사업목적 외로 대출금 부당사용 474건(25.2%) 순이었다.
홍문표 의원은 "농업정책자금 대출 주요기관인 농협에서 관련규정 위반, 대출기준 숙지 미숙, 증빙서류 미확인, 부적절 심사 등으로 대출한 사례가 많고 부정대출금액도 240억원으로 전체의 3분의1이 넘는다"며 "농협은 부정대출이 생기지 않도록 대출 기준과 심사과정을 확실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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