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사업가형 지점장 소송 '골머리'..퇴직금 지급 법원 판결 엇갈려

조승예 기자 승인 2020.10.29 15:34 | 최종 수정 2020.10.29 16:38 의견 0
지난 2019년 2월 전국보험설계사노동조합 산하에 결성한 '미래에셋생명 해촉자 투쟁위원회' 모습 (자료=사무금융노조 보험설계사 지부)

[한국정경신문=조승예 기자] 보험업계가 '사업가형 지점장' 퇴직금 지급 소송을 둘러싸고 혼돈에 휩싸였다. 사업가형 지점장 출신들이 보험사를 상대로 잇따라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근로자성 인정 여부를 두고 법원의 판결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래에셋생명 전직 사업가형 지점장들의 퇴직금 지급 요구 소송과 관련해 법원은 1심에서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3민사부는 미래에셋생명 사업가형 지점장 출신 17명이 회사 측을 상대로 제기한 퇴직금 청구 소송에서 회사가 퇴직금을 부담할 필요가 없다고 판결했다.

근로기준법상 사업가형 지점장들이 회사의 지휘 감독 아래 임금을 목적으로 일하는 일반적인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미래에셋생명 전직 사업가형 지점장들은 회사의 지시사항에 따라 근무하고 관리 감독을 받았다는 점에서 근로자성을 인정하고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업가형 지점장제도는 정규직 신분의 보험영업 지점장을 계약직으로 전환해 실적에 따라 보상하는 제도다. 사업가형 지점장은 철저한 성과주의로 단기간에 영업실적을 크게 높일 수 있지만 계약직 신분인만큼 근로자 인정 여부로 회사와 갈등을 빚기도 한다.

미래에셋생명은 지난 2005년 SK생명을 인수·합병한 이후 사업가형 지점장제를 도입했다. 당시 회사는 정규직 신분이었던 지점장들을 개인사업자인 보험설계사 신분의 사업가형 지점장으로 전환했다.

보험설계사노조 미해투 관계자는 "사업가형 지점장은 매년·분기·월마다 영업목표를 부여받고 달성 보고를 해야 하는 등 회사의 직접적인 관리, 감독, 지시를 받는다"면서 "사업가형 지점장이 위촉기간 동안 수행했던 업무를 볼 때 근로자로서의 속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으며 이는 여러 증거를 통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사업가형 지점장은 근로자가 아닌 계약직 신분으로 퇴직금이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해당 여부는 계약 형식보다 실질적인 업무 여부가 핵심이다. 사업가형 지점장 출신들이 근로자성 인정을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보험사들은 그동안 설계사 출신 지점장들에는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이 관행이었다. 하지만 한화손보 출신 사업가형 지점장들이 퇴직금 지급 소송에서 법원으로부터 근로자성을 인정받으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2018년 한화손해보험 출신 사업가형 지점장 9명에 대해 근로자로 인정해 사측에 퇴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심에서는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며 회사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에서 원심을 뒤엎고 퇴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원고가 실질적으로 일반 지점장과 같은 업무를 했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한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한화손보의 사례 이후 보험사를 상대로 한 사업가형 지점장들의 소송이 이어졌지만 결과는 달랐다. 오렌지라이프와 미래에셋생명 출신 사업가형 지점장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해 1심에서 패소했다. 메트라이프생명 출신 사업가형 지점장들은 본사를 상대로 퇴직금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사업가형 지점장들은 위촉 계약을 체결한 사업가다. 회사 입장에서는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퇴직금을 지급할 수 없어 소송 건마다 일일이 대응하는 상황"이라며 "보험사마다 사업가형 지점장 운영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소송마다 판결 결과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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