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화재 표적항암은 제2의 치아보험?..'고액 보장후 판매 중단' 재현 우려

조승예 기자 승인 2020.09.15 15:55 | 최종 수정 2020.09.15 22:19 의견 0
주요 손보사 표적항암약물치료비 특약 보장 내용 (자료=각사)

[한국정경신문=조승예 기자] 메리츠화재가 암보험 시장에서 대세로 떠오른 '표적항암' 경쟁에 뛰어들었다. 경쟁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은 만큼 업계 최고 수준의 가입금액과 짧은 감액기간 등 파격적인 보장을 내세운다.

하지만 표적항암약물치료비 담보의 경우 아직 손해율이 명확히 산정되지 않은 만큼 무리한 마케팅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당초 '고액 보장'을 내건 후 뒷감당을 못해 두번이나 판매 중단했던 '치아 보험'의 실패 경험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지난달 '계속 받는 표적항암약물 허가 치료비' 특약을 출시하고 이달부터 공격적인 영업에 나섰다.

표적항암치료는 종양의 특정한 분자를 정밀타격해 암세포의 성장과 확산을 억제하는 방식의 약물치료다. 기존 화학항암제에 비해 부작용이 작아 최근 많은 환자들이 선택하고 있다. 하지만 평균 4000만원 이상 자기부담금이 든다는게 단점으로 꼽혀왔다.

표적항암약물치료비 특약은 표적항암치료시 환자의 가격 부담을 낮춰주는 상품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KB손해보험이 해당 특약을 선보인 이후 암보험 판매건수가 급증하면서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등 주요 손보사들도 잇따라 합류했다.

뒤늦게 가세한 메리츠화재가 타사와 구분되는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내용은 보장금액과 감액기간이다.

메리츠화재는 5년 갱신형으로 가입할 경우 최대 7000만원까지 표적항암치료비를 보장한다. 다른 보험사의 경우 3000만~5000만원 보장하는 것과 비교하면 업계 최고 수준이다. 

특히 메리츠화재는 '계속 받는' 담보를 추가해 경쟁력을 높였다. 기존 보험 상품은 최초 1회 지급인데 반해 메리츠화재는 최초 100% 지급 이후 매년 10%씩 지급한다.

또 한가지 차별점은 감액기간을 타사 대비 2분의1 수준으로 줄인 것이다. DB손보를 제외한 다른 보험상품은 감액기간이 2년이다. 메리츠화재는 1년이 지나면 100% 지급한다. 180일까지는 25%, 180일 초과 1년 미만은 50%까지 보장한다.

업계에서는 표적항암 담보의 손해율이 명확하게 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한 마케팅에 나선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메리츠화재가 타사와 차별화된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내용은 지난 2018년 판매를 일시 중단했던 치아보험과 유사하다.

메리츠화재는 타사보다 뒤늦게 치아보험을 출시하면서 높은 보장금액과 짧은 감액기간을 내세워 인기를 끌었다. 특히 1년 이후 100% 보장' 담보가 고객들에게 어필하며 당시 치아보험 점유율 70% 가까이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메리츠화재는 손해율을 감당하지 못해 결국 치아보험 판매를 중단했다. 이후 보험금 지급률 등을 낮춰 다시 출시했지만 당시 일방적으로 치아보험을 중단한 것에 대해 소비자들을 우롱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공격적인 영업 전략으로 단기 실적을 끌어올린 메리츠화재가 이제는 역풍을 피하기 위해 내실 다지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현행 영업 전략이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메리츠화재는 갑작스럽게 늘어난 신계약으로 사업비와 장기 위험손해율이 고공 행진하면서 영업전략을 수정하며 손해율 관리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올 들어 판매비 감축과 심사기준 강화 등을 통해 수익성 개선에 나섰지만 3월 말 기준 손해율과 사업비율은 각각 79.6%, 29.3%로 전년 동기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업계 평균을 감안했을때 개선이 시급하다.

DB금융투자 이병건 연구원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실손담보손해율이 하락한데다 영업일수가 전년보다 하루 적기 때문에 장기위험손해율은 소폭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메리츠화재는 오히려 1.9%포인트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과거 매출 드라이브의 여파로 장기위험손해율 상승 흐름이 부담스럽다"면서 "손해율 추세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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