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정경신문=이슬기 기자] 국내 장기기증 대기자는 3만 명이 넘는다. 기증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은 평균 4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기증을 결정하는 사람들의 수가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인공 장기 기술 연구에 기대가 쏠리는 것 또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영화 ‘리포맨’이 그리는 미래는 인간이 영생에 가까운 삶을 살 수 있게 된 세상이다. 먼 미래의 사람들은 완벽에 가까운 인공 장기를 개발해낸다. 이제 인공 장기는 일상적으로 쓰인다. 대부분의 장기는 인공 장기로 교체할 수 있다. 인간은 쉽게 질병의 위기에서 벗어난다.
인공 장기는 유니온이라는 회사를 통해 구입할 수 있다. 거액의 돈을 지불해야 살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빚을 지고 인공 장기를 구매한다. 당장 목숨을 연장해야 하기 때문에 인공 장기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빚을 갚기 쉽지 않아도 어쩔 수 없다. 구매자금 지불을 연체하면 장기를 다시 강제로 빼내 가는 '리포맨'으로 인해 죽지만 다른 방법은 없다.
인공장기 이식은 사회가 마주하고 있는 실현 가능한 미래다. 현실을 감안하면 당장 필요한 기술이다. 과학계는 바이오 인공장기를 통해 사람들의 손상된 세포와 조직, 장기를 대체할 수 있는 세상을 이야기한다. 실제로 인공 관절, 인공 심장 등 일부 인공 장기는 이미 상용화해 인체에 적용하고 있다.
다른 동물의 장기를 인간의 몸에 이식해 손상된 장기를 대체하는 이종(異種)장기 이식 분야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지난 2016년과 2017년 농촌진흥청은 형질전환 돼지의 심장과 각막을 원숭이 등에 이식하고 생명을 유지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물론 인공장기를 사용하기 위해서 먼저 해결해야 할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바이오 인공장기의 미래, 시민에게 묻다’라는 제목으로 주최한 기술영향평가 공개 토론회에서 전문가와 시민포럼 대표 등은 바이오 인공장기 기술이 경제, 사회, 문화, 윤리, 환경 등에 끼칠 영향에 대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인공 장기 기술이 가져올 생명 경시 현상을 많은 전문가는 우려한다. 영화 ‘리포맨’처럼 과학기술을 소수의 권력층만 누리고 많은 사람의 목숨을 쥐고 흔드는 세상을 전문가들은 경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