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차유민 기자] 실손의료보험 구조 개선을 위해 5세대 실손보험 도입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기존 1·2세대 가입자들을 유입할만한 장점이 없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실손보험 개혁이 연말 5세대 상품 출시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구조 개편 단계에 돌입한다. 금융당국은 보험사 재매입, 선택형 특약, 비급여 축소 등 우회적 수단을 총동원해 시장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1600만명에 달하는 구세대 계약의 전환 유인이 부족해 실효성 논란이 진행 중이어서 당국의 조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열린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무분별하게 비급여를 양산한 기존 실손보험 구조는 상품 설계상 하자로 보인다"며 "과잉 비급여 진료가 건강보험제도 전체를 흔들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금감원은 실손보험 개혁은 단순한 상품 교체가 아니라 국내 의료 체계를 다시 세우는 작업이라며 이미 건강보험공단과 데이터 교환을 포함한 정책 공조도 강화하고 있다.
구세대 실손보험은 높은 보장 수준과 낮은 자기부담금, 광범위한 비급여 보장 구조로 보험사의 손해율 악화와 의료체계 왜곡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의료 쇼핑'이라 불리는 도수 치료와 미용 목적 시술이 빈번하게 이뤄지는 것도 주로 1·2세대 계약이다.
1세대 실손보험은 자기부담률 0%로 사실상 의료비 지출액을 온전히 돌려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과잉 진료와 비급여 보험금 누수가 심화하면서 당국에서 세 차례 제도 개선에 나서 자기부담률이 2세대는 10~20%, 3세대는 20%, 4세대는 30%까지 상향됐다.
새로 선보이는 5세대 실손보험은 비중증·비급여 보장한도를 기존 연간 5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축소하고 자기부담률은 50%까지 높인다. 또 내년 초부터 도수치료, 체외충격파 치료, 온열치료 등 주요 비급여 항목을 '관리 급여(비급여 중 진료비 규모가 크거나 과잉 진료 우려가 큰 항목을 별도 관리)'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 4월 발표된 5세대 실손보험 구조는 전환 유인의 부족 문제를 재부각시켰다. 경증 비급여 보장 대폭 축소와 도수치료·비급여 주사제 항목 새 상품 제외는 기존 가입자 관점에서 전환할수록 손해라는 인식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실제 2021년 4세대 실손 도입 당시 한시적 보험료 감면을 제공했음에도 전환율은 10.5%에 불과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비급여를 악용하는 일부 비양심적 의료기관과 환자로 인해 대다수의 선량한 가입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불필요한 비급여 이용을 차단하고 필수 의료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실손보험 개편은 불가피한 조치"라고 말했다.
하지만 구세대 계약 정리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 시각이어서 막판 금융당국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