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성능이 평준화된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이제 스펙보다 폼팩터가 승부를 가른다. 삼성전자가 3단 폴더블을 내세운 것은 화면 대형화와 멀티태스킹 수요를 동시에 겨냥해 프리미엄 시장에서 새 성장 동력을 찾으려는 시도다.

삼성전자는 3단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Z 트라이폴드'를 12일 국내 출시한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오는 12일 세 번 형태를 바꿔 쓸 수 있는 3단 폴더블 스마트폰을 국내에 출시한다고 밝혔다. 300만원대 후반 가격과 플래그십 최상위 사양을 앞세워 고가 폼팩터 전략을 본격화한다.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최근 몇 년간 정체와 감소를 오가고 있다. 교체 주기도 3년 안팎으로 길어졌다. AP·카메라·디스플레이는 상향 평준화돼 스펙 업그레이드만으로는 교체 수요를 자극하기 어려운 구조다.

삼성이 내놓는 3단 폴더블은 이런 흐름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세 개 패널을 안으로 접는 인폴딩 구조를 택해 접었을 때는 일반 바형 스마트폰 크기, 완전히 펼치면 10인치 안팎 태블릿 화면을 구현한다. 16GB 램, 512GB 저장공간, 2억 화소 카메라, 약 5600mAh 배터리 등 플래그십급 사양을 갖췄다. 국내 출고가는 359만4000원이다.

콘셉트는 한 대로 스마트폰·태블릿·미니 노트북을 모두 겨냥하는 ‘3 in 1’이다. 화면을 세워 화상회의와 메모·자료를 동시에 띄우면 노트북 일부 용도를 대체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폼팩터 변화가 실제 멀티태스킹 깊이를 키우는 방향으로 설계된 셈이다.

사업 측면에서는 프리미엄 수익성 방어 카드다. 3단 폴더블은 구조가 복잡한 만큼 단가와 가격이 모두 높다. 전체 물량에서 비중은 크지 않지만 평균판매단가(ASP)와 수익성 관리에 초점을 맞춘 선택으로 볼수 있다.

노태문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갤럭시 Z 트라이폴드는 새로운 폼팩터 분야에서 쌓아온 삼성전자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생산성과 휴대성의 균형을 실현한 제품”이라며 “업무, 창의성, 연결성 등 모바일 전반의 경험을 한층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는 접이식 디스플레이 시장이 2025~2032년 연평균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해 스마트폰·태블릿·하이브리드 기기용 패널 가운데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글로벌 경쟁 구도도 폼팩터 축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분위기다.

화웨이, 오포, 비보, 샤오미 등 중국 제조사들은 1000달러 이하 가격의 폴더블·플립폰을 잇달아 내놓으며 ‘폴더블 대중화’를 노리고 있다. 애플도 폴더블·롤러블 아이폰과 관련한 특허 출원과 폴더블 패널 개발 협력 논의가 지속적으로 포착된다.

다만 폼팩터가 만능 해법은 아니다. 3단 구조는 내구성·힌지 신뢰성과 두께·무게, 300만원대 후반 가격 등 리스크를 동반한다. 새로운 화면 비율에 맞춘 앱·UI 최적화 속도에 따라 체감 품질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디스플레이 업계와 완성품 업체들은 접고·말고·미는 차세대 폼팩터를 전제로 로드맵을 짜고 있다.

폼팩터는 정체된 스마트폰 시장에서 프리미엄 서사를 다시 만들기 위한 실험장이다. 삼성의 3단 폴더블은 그 실험의 가장 앞단에 선 제품이다. 이 선택이 글로벌 소비자에게 어느 정도까지 받아들여질지에 따라 향후 10년 모바일 기기 지형이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