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삼성전자가 반도체 불황과 글로벌 위기 속에서도 스타트업 육성에 베팅한다. 단순 상생이 아닌 미래 성장동력과 공급망 선점이 핵심 전략이다.
삼성전자가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에서 개최한 '2025 C랩 스타트업 데모데이'에서 7기 및 졸업사 스타트업 대표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21일 삼성전자는 누적 959개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는 2012년부터 13년간 사내외 벤처를 키워왔고 내년엔 1000개 돌파가 사실상 확정됐다.
삼성의 스타트업 투자는 단기적인 이벤트가 아니다. 2012년 사내벤처 ‘C랩 인사이드’로 시작해 2018년 ‘C랩 아웃사이드’로 외부 창업팀까지 지원을 확대했다. 지금까지 사내 423개, 사외 536개 스타트업을 발굴하며 수도권뿐 아니라 지방 혁신 생태계에도 적극 투자했다.
삼성의 베팅은 위기를 기회로 삼으려는 의지가 크다. 반도체 경기 침체와 공급망 위기가 이어지는 와중에도, AI·로봇·ESG·디지털헬스 등 신사업 분야에서 외부 혁신을 테스트베드 삼아 빠르게 흡수한다.
로봇센서 업체 에이딘로보틱스는 외산보다 10분의 1 가격으로 국산 센서를 개발해 납품, 지오그리드는 친환경 정수 솔루션으로 사업장에 적용해 매출이 1년 만에 900% 뛰었다.
올해 7기 30개 스타트업은 218명 신규채용, 345억원 투자 유치 등 실질적 고용창출도 이끌었다.
이윤행 에이딘로보틱스 대표는 "C랩 프로그램을 통해 기술력뿐만 아니라 사업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며 "덕분에 15개국 400여 기관에 수출하는 성과도 거둘 수 있었다”고 밝혔다.
삼성의 생태계 전략은 실리 중심이다. C랩 스타트업에는 최대 1억원 지원금과 사업 공간, 현장 실증, 국내외 전시회 기회, 사후 협력까지 전폭적으로 지원한다. 졸업 후에는 ‘C랩 패밀리’를 통해 공급망·투자 연계, 장기 사업 협력까지 이어진다. 실제 사업 현장에 직결되는 코멘트도 이어진다.
박승희 CR담당 사장은 “‘C랩’은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함께 성장하는 협력 플랫폼”이라며 “실질적 투자·사업 협력으로 미래 경쟁력을 선점한다”고 밝혔다.
삼성은 단순한 CSR이나 업계 상생 이미지를 넘어, 외부 혁신을 기업 내부 경쟁력으로 전환하는 데 목적을 둔다.
한 스타트업 전문가는 “삼성 C랩은 대기업이 단순히 투자자로만 머무는 기존 한계를 넘어 스타트업의 기술 실증과 사업 현장 실협업까지 실질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며 “불확실성이 커지는 사업 환경에서 이런 동반 혁신이 신사업 개척과 공급망 경쟁력 강화의 해법이 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