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공동구매’ 형태의 정기예금 특판이 부활했다. 자금이탈로 자본건전성 관리에 비상이 걸린 은행권이 ‘수신고 채우기’에 나서면서다.
이번 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동결이 확실해지면서 연말로 갈수록 고금리 예금 유치전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19일 서울 시내에 설치된 은행 ATM기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전날 ‘2025-1차 공동구매정기예금’을 출시했다. 지난해 2월 이후 약 1년 9개월 만의 판매 재개다. 업계에선 최근 증시로 빠져나가는 자금 규모가 커지면서 연말까지 특판 상품 등을 통해 예금을 유치하려는 은행들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은행 정기예금은 판매 금액이 많을수록 이자가 올라가는 구조다. 12개월 만기 기준 판매 금액이 1000억원을 넘으면 연 2.85%의 금리를 제공한다.
여기에 이벤트 금리도 더했다. 지난해 11월 1일 이후 정기예금 가입 이력이 없으면 연 0.15%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얹어준다. 이를 합산하면 최고 연 3.0%의 금리를 받을 수 있다. 판매 한도는 3조원이다. 완판 시 2, 3차 추가 판매도 검토 중이다.
시장상황에 따라 향후 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 기준금리 인상이 가팔랐던 지난 2022년의 경우 총 3차까지 공동구매가 진행됐다. 당시 1차 판매 때 연 최고 2.85%였던 금리는 3차 판매(6개월물) 때 연 최고 4.3%까지 치솟았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 계획은 없으나 추가 판매 시 금리는 시장상황을 반영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금리 상황만 놓고 보면 인상이 가능성이 크다. 오는 27일 열리는 한은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동결이 예상돼서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시장금리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24일 기준 은행채(무보증 AAA) 1년물 금리는 2.784%로 집계됐다. 3개월 전인 8월 25일(2.504%)보다 0.28%포인트 올랐다.
증시로 자금이 이탈하면서 은행의 요구불예금(수시입출금식 예금) 잔액이 줄어드는 것도 수신금리 인상을 부추긴다. 4대 은행의 지난달 요구불예금 잔액은 584조3783억원으로 한 달 새 18조7008억원이 빠져나갔다.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등 건전성 지표 관리가 급해진 은행들이 예금 금리를 높여서라도 자금을 묶어둬야 하는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증시로 빠져나가는 자금 규모가 크다 보니 은행들도 건전성 관리 측면에서 예금을 서둘러 확보해야 하는 처지”라며 “연말까지 특판 상품 등으로 금리를 올려 예금을 더 많이 유치하려는 경쟁이 공격적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