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시중은행들이 정기예금 금리를 가파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코스피 4000’ 시대를 맞아 주식시장으로 향하는 ‘머니무브’ 흐름을 바꾸기 위해서다. 실제 최근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빚투(빚내서 투자)’ 대신 안전자산을 찾는 수요도 다시 커지는 모습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대표 정기예금(12개월 만기) 금리는 연 2.70~2.80%로 형성됐다. (사진=연합뉴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대표 정기예금(12개월 만기) 금리는 연 2.70~2.80%로 형성됐다. 지난달 4대 은행이 취급한 정기예금의 평균 금리가 2.47%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불과 한 달 새 0.3~0.4%포인트가량 금리가 뛴 셈이다.
은행권은 단기간에 여러 차례 걸쳐 정기예금 금리를 끌어올렸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말 2.6%던 ‘쏠편한 정기예금’ 금리를 이달 4일 2.65%로 올린 뒤 불과 일주일 뒤인 11일 한 번에 0.1%포인트를 더 올렸다.
우리은행 역시 ‘WON플러스예금’ 금리를 이달 초 2.65%에서 지난 8일 2.75%로 올렸고 전날 또다시 2.80%로 상향 조정했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도 비슷한 추세로 대표 정기예금 금리를 끌어올리며 현재 각각 2.7%, 2.8%의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정기예금 금리 인상의 표면적인 이유는 시장금리 인상이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은행 예금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1년물(무보증·AAA) 금리는 전날 2.825%를 기록했다. 은행채 1년물 금리가 2.8%대에 오른 것은 지난 4월 1일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사실상 한국은행이 지난 5월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 셈이다.
은행채 금리가 오르면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이 커지기 때문에 안정적인 자금 유치를 위해 예금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
은행권이 예금금리를 잇따라 인상한 것은 증시 호황에 따른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한 목적도 크다.
4대 은행의 지난달 요구불예금 잔액은 584조3783억원으로 한 달 새 18조7008억원이 빠져나갔다. 코스피가 4000선 시대를 열며 투자자들의 자금이 빠르게 주식시장으로 이동하는 이른바 ‘머니무브’ 현상이 가속화된 것이다.
은행들은 저원가성 예금이 대거 증시로 빠져나가자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정기예금의 매력을 높여 고객 이탈을 방어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다만 최근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상황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주식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고 은행권의 가파른 금리 인상과 맞물려 안전자산인 정기예금에 대한 수요가 다시 상승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1일 기준 4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760조9657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달 말 대비 11조275억원이나 늘어난 수치다. 증시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시장금리가 빠르게 오르자 원금 보장이 가능한 정기예금으로 자금이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증시 활황기에는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유출되지만 변동성이 확대되면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을 찾게 된다”며 “금리 상승과 맞물려 정기예금 가입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