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반 년간 인적분할 절차를 마치고 순수 CDMO 체제로의 전환을 완료했다. 분할 후 재상장 당일 주가는 약세로 시작했다. 사업 본연의 경쟁력 강화와 잇단 수주 성과가 탄탄해 기업가치 재평가 기대감으로 빠르게 낙폭을 줄여가고 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재상장을 마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는 오전 9시 기준 지난 종가와 동일한 179만7000원으로 시작했다. 이후 하락세를 보이다가 10시 50분 기준 하락폭을 1~2%대까지 줄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4일 재생장했다.(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초반 약세에도 불구하고 증권가 시선은 긍정적이다. 이 날 상상인증권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분할 재상장 후 순수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으로 이익이 개선될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기존 150만원에서 200만으로 높여 잡았다.
이달미 연구원은 “현재 8공장까지 건설계획이 있고 오는 2030년은 8공장 착공이 시작되는 시점이라 중요한 시기로 판단된다”며 “2030년도의 이익을 현재가치로 환산해 목표주가를 산정했다”고 밝혔다.
시가총액도 기존보다 높게 책정됐다. 분할 비율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시가총액은 56조6000억원으로 평가된다. 거래가 재개되자 이 회사의 시총은 80조원을 상회했다. 분할 후 순수 CDMO 기업으로 전환되면서 사업 순도가 높아져 기업가치 재평가를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5월 22일 인적분할 계획 공시 이후 ▲8월 증권신고서 제출 ▲9월 증권신고서 효력 발생 ▲10월 17일 임시주주총회 결의 등의 분할 절차를 차질없이 진행해왔다. 투자 및 자회사 관리 사업부문을 분할해 삼성에피스홀딩스를 설립하기 위한 인적분할 절차를 완료했다.
앞선 임시주총에서는 인적분할 계획서 승인 안건이 99.9%의 압도적 찬성률로 가결되면서 분할에 대한 주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확인했다. 이로써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일부 고객사가 제기해 온 이해상충 우려를 해소하고 순수 CDMO로 거듭난다.
이러한 사업 재정비로 수주 활동도 탄력을 받고 있다. 올해 공시기준 누적 수주 금액은 5조5193억원으로 늘어났다. 10개월 만에 전년도 연간 수주 금액(5조4035억원)을 넘어선 수치다.
올해 공시기준 체결한 신규 및 증액 계약은 총 8건으로 늘었다. 특히 올해 1월 역대 최대 규모인 2조원대 계약을 시작으로 9월에는 미국 소재 제약사와 1조8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추가로 체결하는 등 글로벌 주요 고객사로부터 대규모 수주를 연이어 확보하며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일본 톱10 제약·바이오 기업 중 4곳과 계약을 체결하고 1곳과 최종 협의 중으로 글로벌 톱40위권 제약사 대상 수주 활동도 강화하고 있다.
의약품 관세 대응과 미국 생물보안법 수혜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글로벌 의약품 공급망이 미국향 제품 생산용과 미국 외 국가 제품 생산용으로 나뉘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에 다양한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변화 가능성을 감안해 현재 미국 내 생산시설 투자 계획을 적극 검토 중”이라며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에 대응할 장기적 전략도 수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물보안법 재추진 관련해서는 “향후 통과 여부와 이후 적용 범위에 따라 실제 영향이나 파급력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자세한 언급은 어렵다”면서 “중장기적으로 중국 외 CDMO기업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6공장 착공 시기도 관심사다. 존 림 대표는 연내 6공장 건설 시기를 결정하고 2027년 준공하는 것을 목표로 밝혔다.
김선아 하나증권 연구원은 “관세 압박 분위기가 완화되고 있으므로 하반기에 5천억 이상의 추가 수주로 전년 대비 더 많은 수주 증감액을 달성할 것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며 “따라서 분할 후에도 로직스는 꾸준한 성장을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