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올 연말 서민들의 대출 이자 부담이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와 은행권의 예금금리 인상이 겹치면서 대출 금리 상승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15일 서울 시내 시중은행을 찾은 시민이 상담 받기 위해 번호표를 뽑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수도권 아파트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축소를 골자로 한 ‘10.15 부동산 대책’과 주담대 변동금리 기준이 되는 코픽스 9월 통계가 발표됐다.
부동산 규제와 은행의 자금조달비용지수인 코픽스 모두 주담대의 금리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정부는 가계대출 고삐를 바짝 죄고 있고 은행들은 예금 확보를 위해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대출금리는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9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2.52%로 전월 대비 0.03%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12개월 만의 반등이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다. 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이 된다.
코픽스 상승의 주된 원인은 시장금리 상승이다. 5년 만기 은행채 금리가 9월 한 달간 2.851%에서 3.005%로 올랐다. 기준금리 추가 인하 기대감이 후퇴하며 시장금리가 전반적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시장금리 상승은 은행들의 수신 금리 상승으로도 이어진다. 자금 이탈을 막고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은행들이 앞다퉈 정기예금 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이날 기준 시중은행들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의 금리는 연 2.55% 수준이다. 한국은행 기준금리인 2.5%를 넘어섰다.
은행들의 단기간 내 집중적인 정기예금 금리 인상은 조달비용 상승으로 직결된다. 이는 결국 대출금리 인상 압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이러한 흐름은 단기 코픽스 통계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이달 초 2.50%였던 단기 코픽스는 지난 15일 기준 2.62%로 0.12%포인트 급등했다. 단기 코픽스가 0.1%포인트 이상 뛴 것은 2023년 10월 이후 2년 만의 일이다. 이달 전체 코픽스 상승세가 더욱 가파를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가계대출 규제도 대출금리 상승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정부는 ‘10.15 부동산 대책’을 통해 수도권 및 규제지역의 주담대 한도를 기존 6억원에서 주택 가격에 따라 최대 2억원까지 대폭 축소했다.
또한 차주의 상환 능력을 엄격히 따지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의 금리 하한을 기존 1.5%에서 3.0%로 두 배 상향 조정했다.
부동산 대책으로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목표가 줄어든 은행권은 대출 수요를 조절하기 위해 가산금리를 올리는 등 사실상 주담대 금리 인상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달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분할상환 주담대(신규취급액 기준) 평균 금리는 4.06%를 기록했다. 은행별로는 우리은행의 평균금리가 4.11%로 가장 높았고, 신한은행(4.09%), 농협은행(4.07%), 하나은행(4.02%), 국민은행(4.00%)이 뒤를 이었다. 5대 은행의 주담대 평균 금리가 일제히 4%대에 진입한 것은 지난 4월 이후 5개월 만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금리 인상은 시장금리 상승 흐름에 따른 단기적 현상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쉬운 이자 장사’ 대신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하라는 요구가 지속되고 있어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 수요 관리 차원에서 대출 금리를 적정 수준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