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KB금융그룹이 올해 리딩금융 경쟁에서 신한금융그룹을 압도적인 격차로 제치며 독주 체제를 굳히고 있다. KB금융 역사상 첫 비은행 수장 출신인 양종희 회장의 비은행 강화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KB금융그룹와 신한금융그룹 본사 전경 (사진=각사)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5조1217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만에 지난해 연간 실적을 뛰어넘는 역대 최대 실적 달성이다.
주목할 점은 리딩금융 놓고 경쟁 중인 신한금융그룹과의 격차가 분기마다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신한금융은 올 3분기 누적 4조4609억원의 역대급 실적을 냈다. 하지만 두 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 격차는 1분기 2090억원에서 2분기 3083억원, 3분기 6608억원으로 점차 확대됐다. 리딩금융 경쟁에서 단순 우위를 점하는 것을 넘어 격차가 빠르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초격차의 배경에는 양종희 회장의 비은행 부문 강화 전략이 핵심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은행 부문만 놓고 보면 두 금융지주의 실적은 거의 같은 레벨이다. 3분기 누적 기준 KB국민은행의 당기순이익은 3조3645억원, 신한은행은 3조3561억원으로 불과 84억원 차이에 불과하다.
결정적 차이는 오롯이 비은행 부문에서 나왔다. 3분기 누적 기준 KB금융의 비은행 당기순이익은 2조902억원으로 신한금융의 1조4161억원을 6741억원이나 앞섰다. 이에 따른 비은행 부문 실적 비중도 KB금융이 37%를 기록해 신한금융의 29.4%를 크게 웃돌았다.
신한금융의 비은행 포트폴리오는 하나금융(13%)이나 우리금융(18%) 등 타 금융지주 대비 우월한 수준이지만, KB금융의 완성도에는 미치지 못한 셈이다.
양 회장 취임한 2023년 33% 수준이던 KB금융의 비은행 실적 기여도는 지난해 40%, 올 1분기 42%까지 확대됐다. 양 회장은 2023년 11월 취임 당시부터 “비은행 계열사의 선두권 도약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KB금융 역사상 처음으로 은행장 경력 없이 회장에 오른 양 회장은 2015년 LIG손해보험 인수를 주도했고 2016년부터 5년간 KB손해보험 초대 대표를 맡으며 비은행 부문에서 탁월한 성과를 입증했다. 이러한 비은행 전문성을 바탕으로 보험·증권·카드·자산운용·캐피탈 등 모든 비은행 계열사가 고르게 수익을 내는 구조를 완성했다.
특히 KB손해보험은 3분기 누적 순이익 7669억원으로 비은행 기여도 1위를 유지하며 그룹 실적을 견인했다. KB증권은 3분기 누적 순이익 4967억원, KB국민카드는 2806억원, KB라이프(개별기준)는 2548억원을 기록하는 등 계열사별로 균형잡힌 실적 성장세를 보였다.
일부 비은행 계열사는 금리 및 환율 변동성 등 대외 불확실성 영향으로 올해 3분기까지 전년 대비 실적이 감소하기는 했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으로 보면 KB증권은 당기순이익이 전년대비 50.3%, KB손해보험은 17.7%, KB국민카드는 14.7%, KB라이프는 15.1% 증가하는 등 중장기적으로 이익 레벨이 확대되는 추세다.
비은행 부문의 성장은 은행 실적에도 긍정적 영향을 줬다. KB국민은행은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순이자마진 축소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28.5% 증가한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은행 측은 이를 방카슈랑스 판매 수수료 및 투자금융 수수료 이익 확대가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KB금융은 다각화된 그룹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생산적 금융 전환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전날 나상록 KB금융 재무담당 상무는 컨퍼런스콜에서 “KB금융은 다변화된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한 균형감있는 이익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며 “국내 경제의 중심축이 부동산에서 자본시장으로 이동하는 전환기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그룹 수익 구조의 질적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