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랩 김경수 대표
AI 제작 콘텐츠 선호도 60%→20%대로 급락과 코카콜라 AI 광고 논란은 기술 과잉이 만든 정서적 거리감이 브랜드 신뢰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반증이다.
AI 콘텐츠 피로도가 시장 전반에서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AI 콘텐츠 피로도란 AI가 만든 티가 지나치게 드러나는 반복적·과잉 콘텐츠가 홍수처럼 쏟아지면서 소비자가 심리적 거부감과 무감각을 동시에 느끼는 현상을 말한다.
불과 몇개월 전까지만 해도 기업들은 생성형 AI의 등장을 ‘효율 혁명’으로 받아들였고, 콘텐츠는 쉽고 빠르게 만들어졌다. 지금의 소비자는 이 빠른 편리함이 만든 기계적 질감에 피로를 느끼기 시작했다. 브랜드의 메시지가 너무 매끈하고 설명적일수록 소비자는 오히려 정서적 거리를 느끼며 눈길을 돌리고 있다.
결국 마케팅의 핵심 질문은 “어떻게 더 많이 만들까?”에서 “어떻게 더 인간성을 느끼게 할까?”로 바뀌고 있다.
생성형 AI가 콘텐츠 제작의 장벽을 낮춘 것은 사실이다. 그 결과 피드는 놀라울 정도로 동일한 리듬과 톤을 가진 콘텐츠로 채워졌다. 핵심 정리 문구, 반복되는 3줄 요약, 과도하게 정제된 이미지 등은 처음에는 효율적이었다. 지금은 오히려 피로의 근원이 되고 있다.
인간은 정보를 소비할 때 그 안에 담긴 의도와 감정, 미세한 결까지 감지하는 존재다. 지나치게 매끈하고 너무 논리적으로 정리된 콘텐츠는 오히려 ‘기계가 만든 메시지’라는 인상을 강하게 남긴다. 이 인상이 쌓이면 브랜드와 소비자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정서적 벽이 생긴다. 바로 이 벽이 AI 콘텐츠 피로도를 키우는 본질적 원인이다.
소비자는 이미 명확한 징후로 반응하고 있다. 여러 조사에서 “AI 제작 콘텐츠를 선호한다”는 응답이 60%에서 20%대 중반으로 급락했다. 특히 Z세대와 팬덤 커뮤니티는 기술에 가장 익숙한 세대임에도 인공적인 결을 가장 예민하게 감지한다. 완벽한 이미지보다 흔들리는 카메라, 자연스러운 실수, 주관이 묻어나는 서사에 더 신뢰를 느끼며 실제 제작자의 존재감을 찾는다. 그들은 기계적 콘텐츠에는 시간을 쓰지 않지만 사람의 체험이 담긴 말과 커뮤니티의 리뷰에는 여전히 열광적으로 반응한다. 결국 소비자는 정보를 넘어 사람의 흔적을 찾고 있는 것이다.
AI 콘텐츠가 범람하면서 나타난 또 하나의 문제는 신뢰의 위기다. 가짜 리뷰, 합성 브랜딩, 딥페이크 사례가 늘어나면서 온라인 정보 전반에 대한 신뢰 수준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연구에서는 동일한 품질의 콘텐츠라도 ‘AI가 만든 것’이라고 표시되면 신뢰도가 떨어지는 ‘신뢰 페널티’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는 기술적 완성도가 높을수록 오히려 신뢰가 감소하는 역설적 상황이다. AI는 정보를 만들어내지만 그 메시지 뒤에 있는 감정·윤리·경험의 맥락을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공백이 커질수록 소비자는 브랜드의 메시지를 멀리하게 된다. 이 신뢰의 공백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사례가 코카콜라의 AI 광고 논란이다. 코카콜라는 대대적으로 AI 기반 크리에이티브 실험을 선보이며 혁신성을 강조했다. 소비자의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광고 곳곳에서 AI 특유의 합성 흔적과 비현실적 질감이 드러나자 “기계가 만든 광고 같다”, “브랜드의 온기가 사라졌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일부 오브젝트의 형태가 부자연스럽게 변형되면서 “기술을 위한 기술”, “AI 쇼케이스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제기되었다. 코카콜라의 사례는 AI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감성적 설득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브랜드 메시지가 소비자에게 도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자동화 중심의 캠페인을 운영해온 브랜드들은 최근 공통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참여율과 클릭률이 떨어지고 메시지가 “다 똑같이 느껴진다”는 피드백이 늘고 있다.
반면 사람의 목소리, 제작 과정의 공개, 실제 사용자의 체험, 브랜드 내부 구성원의 스토리텔링을 전면에 세운 브랜드는 오히려 소비자와의 연결이 강화되고 있다. 기술 중심 브랜드가 피로를 만들 때, 인간 중심 브랜드는 신뢰를 만든다는 사실이 입증되고 있는 셈이다.
결국 지금 마케터에게 필요한 것은 기술을 더 많이 사용하는 능력이 아니라 AI 시대에 인간성을 어떻게 강화하느냐에 대한 전략적 통찰이다. 콘텐츠를 빨리 만드는 경쟁에서 벗어나 인간의 결을 어떻게 정교하게 설계할지 고민해야 한다.
AI는 구조를 만들고 정리하는 데 탁월하지만, 감정·서사·주관은 인간이 넣어야 한다. 약간의 실수, 비정형적 흐름, 손맛 같은 디테일은 오히려 AI 시대에 가장 강력한 차별화 요소가 된다. 소비자의 신뢰는 기술이 아닌 사람의 개입이 보일 때 회복된다.
AI 콘텐츠 피로도가 높아진 지금, 브랜드가 대답해야 할 질문은 단 하나다.
“AI를 얼마나 잘 활용하고 있는가?”가 아니라 “AI 시대에도 우리는 무엇을 인간답게 만들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