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등 탈팡(쿠팡 이탈)이 가속화 되고 있다. 쿠팡 탈퇴 회원이 140만명이 넘어섰지만 네이버와 다른 플랫폼을 오가는 ‘환승 준비’ 단계에 머무는 모습이 뚜렷하다.

네이버 쇼핑 PC페이지 화면 (사진=네이버 쇼핑 캡쳐)

11일 데이터 분석 업계에 따르면 쿠팡 개인정보 유출 공지 이후 일간 활성 이용자 수(DAU)는 1700만명대까지 늘었다가 다시 1600만명대 수준으로 내려온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네이버플러스스토어와 11번가·G마켓 DAU도 20~30% 증가했다가 일부 조정됐다.

쿠팡 와우를 3년째 구독 중인 40대 A씨는 최근 며칠간 앱을 켜는 손가락이 여러 번 멈칫했다.
A씨는 “개인정보 유출 얘기를 보고 지금이라도 떠나야 하나 싶었다”며 “장보기는 쿠팡이 제일 편해 다른 데로 완전히 옮기기는 아직 자신이 없다”고 했다.

이어 네이버 앱도 설치했지만 “쇼핑 화면이 복잡하고 장보기 입구가 눈에 잘 안 보여 몇 번 시도하다 다시 쿠팡을 켰다”고 털어놨다.

시장 데이터는 이런 체감을 그대로 보여준다. 쿠팡 DAU는 유출 공지 직후 평소보다 뛰었다가 계정 설정 변경과 탈퇴·와우 해지 움직임 속에 다시 1600만명대 수준으로 내려왔다.

같은 기간 네이버플러스스토어와 11번가·G마켓 DAU는 20~30%씩 늘었다가 일부 조정돼 소비자가 여러 앱을 동시에 깔아놓고 가격·구성·배송을 비교하는 ‘시험 운전 구간’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네이버는 이 환승 수요를 장보기부터 붙잡겠다는 전략이다.

네이버와 컬리가 전략적 협업으로 선보인 ‘컬리N마트’는 9월 출시 이후 한 달 만에 거래액이 50% 이상 늘어났다. 재구매율도 비회원 대비 2배 이상 높다. 이에 쿠팡에서 빠져나온 수요가 네이버의 접근성과 컬리의 상품력을 결합한 장보기 서비스로 흡수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배송 인프라 정비도 속도를 내고 있다. 네이버는 ‘도착보장’을 ‘네이버배송(N배송)’으로 바꾸고 오늘·내일·일요·희망일 배송으로 시간을 세분화했다. 약속한 날에 도착하지 않으면 네이버페이 포인트 1000원을 보상한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회원에게는 일정 금액 이상 무료배송과 무료 반품·교환 혜택을 붙여 충성 고객 유인을 키우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AI 기술을 더 고도화해 사용자가 상품을 검색하고 탐색하는 과정부터 배송까지 전반적인 쇼핑 환경을 더 편하고 다채롭게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개인화 추천 기술을 고도화하는 한편 내년 봄 출시를 목표로 쇼핑 에이전트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컬리N마트 같은 파트너십과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은 소비자가 플랫폼에서 체감하는 효용을 키우는 축인 만큼 혜택과 경험도 계속 고도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장보기와 직구에서 완전 갈아타기까지는 벽이 남아 있다. 쿠팡 와우는 일정 금액만 채우면 로켓배송·로켓프레시 무료배송, 새벽·당일배송을 기본값처럼 제공해 장보기 루틴을 쿠팡 앱 안에 고정시켰다.

과거 주문 내역을 그대로 불러와 장바구니를 복사하듯 채우는 UI와 로켓직구·와우 전용 특가까지 더해지면서 이용자는 가격과 배송 조건을 따지기 전에 자동으로 쿠팡을 여는 습관을 갖게 됐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은 결이 다르다. 네이버플러스는 쇼핑뿐 아니라 웹툰·동영상·클라우드·모빌리티까지 생활 전반에 포인트와 할인 혜택을 분산해 제공하는 구조다.

네이버 전체 체류 시간을 늘리는 데는 유리하지만 장보기·직구 한 카테고리에 혜택을 집중시켜 주력 채널이라고 하기엔 힘이 분산된다.

플랫폼 업계에서는 쿠팡의 독주 체제를 흔들 ‘골든타임’으로 본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 티몬·위메프가 흔들릴 때는 반사이익이 대부분 쿠팡으로 향했지만 이번에는 그 반대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네이버·SSG 등 경쟁사에겐 소비가 늘어나는 연말이 갈아타기 수요를 당길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지금 탈팡 흐름은 쿠팡을 한 번에 갈아타는 단계라기보다 쿠팡 비중을 줄이고 다른 플랫폼을 병행하는 ‘환승 준비’에 가깝다. 연말 국내 e커머스 시장의 승부는 이 환승 수요를 누가 잡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