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차유민 기자] 보험산업의 근간인 '신뢰'가 설계사 고령화와 AI 전환 속도 격차로 흔들리고 있다. 소비자 신뢰를 상품·회사·대리인·디지털 등으로 평가하는 연구에서 고령 인력 확대가 새로운 리스크로 지목되고 있다.

노인들이 서울 탑골공원에 앉아 있다. (사진=연합뉴스)

12일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보험사 전속 설계사들의 고령화가 가속되고 있다. 2000년 36.0세였던 남성 설계사 평균 연령은 2024년 48.7세까지 상승했다. 같은 기간 여성은 40.6세에서 51.8세로 올랐다. 올해 기준 남녀 모두 60세 이상이 약 20%를 차지했다. 나이가 어릴수록 비중이 줄어드는 역삼각형 구조가 뚜렷하다.

신규 진입자에서도 고령화 흐름이 확인된다. 생명보험 설계사 시험 지원자 현황을 살펴보면 20대와 30대 비율은 2010년 각각 22%, 37%에서 2024년 12%, 20%로 감소했다. 60대 이상 비율은 2010년 0.48%에서 2024년 10%로 크게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기존 장기 근속자의 비중 확대뿐 아니라 고령 신규 설계사의 유입도 고령화를 가속하는 원인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소비자 신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보험상품은 구조가 복잡하고 설명 의무가 강화되고 있다. 설계사의 숙련도와 디지털 활용 능력은 불완전판매 발생 위험과 직결된다.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시스템 활용이 상담의 기본이 된 상황에서 설계사 간 이해도 격차가 소비자 경험에도 차이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AI 기반 보조 시스템을 검토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AI가 상품 구조를 자동으로 정리해 설명하거나 상담 과정에서 빠질 수 있는 정보를 안내하는 방식이다. 고령 설계사의 업무 적응을 돕고 불완전판매 위험을 낮출 수 있다.

다만 디지털 전환 속도가 빨라질수록 설계사 간 역량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고령 설계사를 대상으로 한 디지털 교육 강화와 AI 도구의 표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설계사 고령화와 디지털 전환이 동시에 진행되는 현 상황을 "보험 신뢰 관리의 중요한 과제"라며 "소비자 신뢰 지표에서도 '디지털 보험 거래 신뢰'가 새롭게 강조되는 만큼 설계사 조직의 변화는 향후 시장 경쟁력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