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차유민 기자]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보험설계사 수수료 개편안이 이번 주 규제개혁위원회 본심사에 상정된다. 보험대리점(GA) 업계는 설계사 소득 감소와 독립성 침해를 이유로 재검토를 요구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반면 금융당국은 "필수적인 소비자 보호 조치"라며 큰 수정 없이 통과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금융위원회 (사진=금융위원회)

11일 업계에 따르면 규개위는 오는 12일 금융위원회가 제출한 보험 판매수수료 개편안에 대한 본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앞선 예비심사에서 이번 안건은 '중요 규제'로 분류돼 본심사 대상에 올랐다. GA업계의 반발에도 당국은 보험소비자 보호와 시장건정성 회복을 위해 필요한 조치로 판단하고 있다.

핵심은 보험의 '미래 대비'라는 본질에 따라 단기 실적 중심의 현행 구조를 '계약 체결 중심'이 아닌 '계약 유지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개편안은 ▲수수료 분급(분할 지급) 확대 ▲판매수수료 집행체계 개편 ▲상품 비교공시·비교설명 의무화 ▲1200% 룰의 GA 확대 적용 등이다.

1200% 룰은 계약 후 1년 동안 설계사가 받을 수 있는 초년도 수수료를 월 보험료의 1200%로 제한하는 제도다. 지금까지는 보험사 전속 설계사에만 적용됐지만 GA 설계사까지 확대하면서 시장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GA 소속 설계사는 지난해 말 기준 28만8000명으로 전속 설계사보다 10만명 이상 많다.

여기에 2027년부터 최대 7년간 수수료 분할 지급이 단계적으로 시행되면서 선지급 중심의 기존 수익 구조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당국은 "높은 설계사 이직률, 낮은 계약 유지율 등 구조적 문제의 원인을 개선하기 위한 필수 조치"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장기 보장 상품임에도 단기 실적 중심의 수수료 경쟁으로 불완전판매와 잦은 승환 권유가 반복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됐다.

반면 GA 업계는 설계사 수입이 급격히 줄고 영업 조직의 경쟁력이 약화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GA협회는 해당 내용의 의견서를 규개위에 제출하고 특히 1200% 룰 적용 시점을 내년 7월에서 6개월 유예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도입된 '보험사 제3자 리스크관리 가이드라인'에 이어 GA를 둘러싼 규제가 연달아 시행되는 점도 업계의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GA 업계는 "논의 과정에서 업계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독립성·자율성 침해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또 일부 현장에서는 "보험사별 평가 기준이 모호해 자료 제출 요구가 과도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수수료 투명성 강화와 유지율 중심 보상 체계는 소비자 보호와 시장 건전성 제고에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비교 공시 강화로 소비자는 상품별 수수료 구조를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되고 설계사 소득도 장기적으로는 계약 유지율에 따라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번 수수료 개편은 보험사와 소비자 모두에게 질적 성장으로 가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규개위 통과 이후 GA 현장의 우려를 반영한 세부 기준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