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우용하 기자] 10.15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정비사업 지연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 12곳이 규제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조합원 지위를 양도하는 행위가 제한됐기 때문이다. 지자체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공급감소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곳이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여당은 ‘도시·주거환경정비법개정안’ 연내처리와 정밀공급발표계획 발표를 약속하며 수습에 나섰다. 국토부 역시 금융지원 방안을 마련해 사업 촉진을 독려하는 모습이다.

2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내 재건축·재개발 추진 단지를 중심으로 사업 지연에 대한 우려가 심화되는 분위기다. 10.15대책 이후 규제지역에 포함돼 조합원 지위 양도는 물론 분양 물량까지 1주택으로 제한돼서다. 공급절벽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자 정부·여당은 현상황을 주시하면서 ‘도시·주거환경정비법개정안’ 처리를 약속하는 등의 지원책을 마련하는 중이다.

이번 대책을 통해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과천시, 광명시, 의왕시, 하남시, 성남시 분당구·수정구·중원구, 수원시 영통구·장안구·팔달구, 안양시 동안구, 용인시 수지구)은 신규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허제 지역으로 지정됐다.

규제 지정을 두고 이들 지역의 정비사업 현장에서는 사실상 재건축·재개발 유인책을 끊어버린 조치란 목소리가 나왔다. 서울 내 재건축 추진 단지 관계자는 “지위를 넘길 수도 없고 분양도 1세대 밖에 받지 못하게 돼 조합원들의 사업 추진 동력이 크게 위축됐다”며 “리스크가 커진 만큼 조합설립을 미루거나 사업 자체를 반대하는 의견이 늘어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정비사업 지연으로 인한 공급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내놓았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패스파인더는 “전매제한과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는 정비사업 내 지분 거래와 조합원 교체를 사실상 차단해 유동성을 급격히 축소시키고 분상제와 이주비 대출 제한은 조합과 건설사의 자금조달 부담을 가중시킨다”며 “이러한 규제의 동시 작동은 단기적으로 시장 안정 효과를 보일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도심 내 정비사업 지연·신규 공급 축소·주택가격 불안 재점화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에 국토부는 국토위 국정감사에서 공급 문제를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서울시와 수도권 지자체들은 여전히 악영향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성남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규제지역 신규 지정이 장기적으로 정비사업 추진 동력을 약화시켜 사업비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이는 다시 분양가 상승과 공급 지연으로 이어져 주택시장의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서울은 여유 부지가 부족해 신규 공급의 대부분이 재건축·재개발을 통해 이뤄진다”며 “이번 대책에는 어렵게 지정된 정비구역의 추진을 저해할 요소가 곳곳에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곳곳에서 제기된 지적에 여당은 정밀공급계획을 검토하고 ‘도시·주거환경정비법개정안’ 연내 처리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이 법안은 재건축·재개발의 인허가 절차를 단축하는 것이 골자다. 국토부는 9.7주택공급대책 후속 조치인 초기자금과 이주비 융자를 확대 방안을 선보이며 정비사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보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인허가 완화나 금융 지원을 통해 조합 설립을 독려할 수는 있다”라며 “하지만 조합원 유인책이 보완되지 않는다면 정비사업 지연 우려를 실질적으로 해소하긴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