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올해 복합적 요인으로 서민들의 대출 여력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강화 등 추가 대출 조이기에 나설 것이란 관측과 함께 일부 시중은행은 이미 연간 가계대출 총량 목표치도 초과했기 때문이다.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5대 은행 중 농협은행과 신한은행의 올해 가계대출 증가액은 금융당국에 보고한 연간 대출 증가 목표(경영계획 기준 정책성 상품 제외)를 초과한 상태다.

5대 은행 중 농협은행과 신한은행의 올해 가계대출 증가액은 금융당국에 보고한 연간 대출 증가 목표(경영계획 기준 정책성 상품 제외)를 초과했다.(사진=연합뉴스)

NH농협은행은 금융당국에 올해 가계대출 증가 목표로 2조1200억원을 제시했지만 지난 9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이미 지난해 말보다 2조3202억원(목표 대비 109%) 늘어났다. 지난 8월 말 기준으로는 증가액이 3조8246억원(목표 대비 180%)까지 불었다. 이에 신규 대출은 제한하고 기존 대출 상환을 유도해 규모를 줄였다.

신한은행 역시 올해 증가액 목표는 1조6375억원이다. 지난달 말 기준 증가액은 이미 1조9668억원(계획 대비 120%)에 달했다.

다른 은행들의 사정도 빠듯하다. 하나은행의 올해 가계대출 증가액은 8651억원, KB국민은행은 1조7111억원으로 각각 목표 대비 95%, 85% 수준까지 찼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총량 관리를 위해 대출모집인 채널을 통한 접수를 잇달아 중단하고 있다.

연말은 통상 주택담보대출 등 자금 수요가 몰리는 시기라 대출 절벽이 심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작년 연말에도 은행권이 총량 목표를 맞추기 위해 비대면 창구를 닫거나 우대금리 축소를 통해 대출금리를 올린 사례가 속출했다.

금융당국은 연말까지 총량 목표를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당국은 대출 목표치를 초과한 은행에는 내년 대출 허용 한도를 깎는 페널티를 부과하고 있다.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2금융권도 대출 문턱을 높이는 추세다.

새마을금고의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당국에 제출한 목표치를 넘어섰다. 새마을금고는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택담보대출 접수를 중단하는 등 자체 관리 방안에 돌입했다.

한국은행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새마을금고의 7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62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말(60조2000억원) 대비 약 3.48% 증가했다.

이는 농·수협, 산림조합 등 다른 상호금융업권 전체 증가율(약 0.76%)을 감안할 때 눈에 띄게 가파른 수준이다. 신협 등 나머지 상호금융기관과 저축은행업권은 아직 목표 이내에서 관리되고 있지만 대출 여력이 넉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금융권이 연말 대출 문턱을 높이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추가 대출 규제도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DSR에 전세대출이나 정책대출을 포함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 필요시 즉각 시행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현행 40%인 DSR 한도를 35% 안팎으로 낮추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이밖에 현재 6억원인 주담대 한도를 4억원으로 축소하거나 일정 수준 주택 가격 초과 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0%를 적용하는 방안도 부처 간 물밑 협의 대상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출 규제만으로는 부동산 가격을 잡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은 데다가 전방위 조이기가 이어질 경우 실수요자의 자금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한도가 4억원으로 축소될 경우 시장은 다음 카드로 한도 2억원으로 축소를 예상할 것"이라며 "이 경우 선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이미 여러 규제로 대출 한도가 크게 줄어든 상황이고 은행들도 대출을 계속 조이고 있다"며 "대출 규제 일변도로 흐를 경우 실수요자의 예기치 못한 자금 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