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변동휘 기자] 네이버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를 품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간편결제 및 쇼핑부터 가상자산까지를 아우르는 거대 금융 플랫폼을 출범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가 임박한 시점이라 관련 사업에서의 시너지 창출에도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네이버가 포괄적 주식 교환을 통해 두나무의 계열사 편입을 추진한다. (사진=네이버)

26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두나무와의 포괄적 주식 교환을 추진하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이 신주를 발행해 기존 두나무 주주들의 보유 지분 전량과 맞바꾸는 형태다.

해당 거래가 성사되면 두나무는 네이버파이낸셜의 자회사로 편입된다. 네이버-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구축하는 것이다. 기존 두나무 주주들은 네이버파이낸셜 주주로 전환된다. 두나무의 주요 주주는 ▲송치형 회장 겸 이사회 의장(25.5%) ▲김형년 부회장(13.1%) ▲카카오인베스트먼트(10.6%) ▲우리기술투자(7.2%) ▲한화투자증권(5.9%) 등이다.

이를 통해 초거대 금융 플랫폼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미 네이버파이낸셜은 연간 80조원의 결제 규모를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국내 1위 거래소인 업비트를 더함으로써 스테이블코인 등 가상자산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게 된다.

양사는 세부 내용을 조율 중이며 이르면 10월 이사회에 관련 안건을 상정해 의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두나무의 기업가치가 네이버파이낸셜보다 더 높게 책정돼 있다는 점에서 교환 비율이 관건으로 꼽히는 상황이다.

다만 이들 모두 아직은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네이버 측은 공시를 통해 “네이버파이낸셜은 두나무와 스테이블코인, 비상장주식 거래 외에도 주식 교환을 포함한 다양한 협력을 논의하고 있으나 추가적인 협력 사항이나 방식에 대해서는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두나무 측도 동일한 입장을 표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움직임이 양사 결합 추진의 동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관련 사업 협력을 계기로 계열사 편입까지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지난 7월 네이버페이와 두나무가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위한 제휴를 맺은 바 있다. 이달 들어서는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의 지분 70%를 인수하기도 했다. 두나무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지원을 위해 ‘기와체인’을 공개하는 등 ‘원팀’ 구성을 위한 절차를 차근차근 밟아왔다는 평이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합병에 따른 시너지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네이버와 두나무 양사 모두에게 이득이 있는 거래라는 점에서다.

네이버의 경우 금융·결제 사업 확장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두나무의 블록체인 기술을 흡수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스테이블코인 사업과 관련해서 국내 최대 유통처를 확보한다는 점에서 시장 주도권을 먼저 쥐는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두나무 입장에서도 홀로 금융업권으로 들어가는 것보다는 네이버라는 빅테크 기업과 함께 진입하는 그림이 더 이상적이다. 또한 현재 회사의 가치가 네이버파이낸셜보다 높다는 점에서 계열사 편입 이후에도 기존 두나무 주요 주주들의 입지는 공고히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전문가는 “사실 스테이블코인 사업에서 거래소는 유통 채널로서의 역할이 크며, 네이버도 국내 1위 거래소를 확보해 우위를 선점하는 전략으로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며 “카카오와 토스 등 경쟁사 입장에서는 더 빠르게 준비를 해야 이러한 움직임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두나무 역시도 금융업권 진입을 앞두고 있는 만큼 단독으로 발을 들이는 것보다는 네이버라는 거대 기업과 손을 잡는 쪽이 훨씬 수월할 것이며 현재 기업가치상 송치형 회장 등 기존 주요 주주들이 경영권을 상실하거나 지분이 축소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스테이블코인 유통 채널 이외에 또 어떤 사업적 확장을 기대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