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하반기에 돌입한 금융지주들이 일제히 ‘AI 전환(AX)’을 핵심 경영 화두로 꺼내 들었다. 단순한 디지털 전환(DX)을 넘어 AI를 그룹의 핵심 동력으로 삼아 비즈니스 모델과 조직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다.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가 하반기 그룹 경영전략회의 및 포럼을 개최하고 AI를 전면에 내세웠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양종희 KB금융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사진=각사)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는 하반기 그룹 경영전략회의 및 포럼을 개최하고 AI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생성형 AI 도입 열풍이 이제는 구체적인 실행 전략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지난 8월부터 시행된 망분리 규제 완화로 금융사 내부망에서도 클라우드 기반의 생성형 AI 활용이 본격화되면서 금융권의 AX 추진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KB금융은 최근 열린 하반기 그룹 경영진워크숍에서 ‘고객-AI-포용금융’을 중심에 둔 그룹 레벨업(Level-Up) 전략을 논의했다. 특히 AI 세션에서는 그룹의 금융 AI 1·2 센터장이 직접 나서 AI 에이전트 개발 및 실무 적용 현황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AI 대전환의 시대는 위기인 동시에 KB금융이 부가가치를 한층 더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기회”라고 진단했다. 그는 “AI 시대에도 금융전문가로서의 차별적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고객 중심 철학과 금융 본질에 대한 깊은 통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기술과 인간의 조화를 통한 혁신을 주문했다.
KB금융은 PB(프라이빗뱅커) 및 RM(기업금융담당자) 에이전트를 시작으로 향후 3년간 39개 업무 영역에 250여 개의 AI 에이전트를 도입해 고객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목표다.
신한금융은 ‘AX(AI 전환)-점화(Ignition)’를 주제로 한 하반기 경영포럼을 통해 AX 실행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포럼의 백미는 237명에 달하는 경영진 전원이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부여된 과제를 수행한 ‘AI 실습 미션’이었다. 이는 기술에 대한 이해를 넘어 리더가 직접 실행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진옥동 회장의 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진 회장은 “AI 시대의 리더십은 직접 행동에 나설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며 “신한의 실행 DNA를 바탕으로 고객이 진정 원하는 것을 먼저 제안하고 실현하는 초개인화 금융을 선도하자”고 당부했다.
신한금융은 이번 포럼 이후에도 2, 3차 오프라인 집중교육과 각 그룹사별 실행 계획 추진을 통해 AI 전환은 더욱 속도를 높여 나갈 계획이다.
우리금융은 지난 6월 임종룡 회장과 지주 및 그룹사 임원들이 참여한 ‘챗GPT 활용 실습 연수’를 실시하며 AI 내재화에 시동을 걸었다. 단순 강연이 아닌 임원들이 직접 프롬프트를 설계하고 업무 시뮬레이션을 수행하며 AI를 ‘협력 파트너’로 인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임 회장은 “AI는 더 이상 특정 부서의 전유물이 아닌 전 임직원이 ‘모두의 AI’로 이해하고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할 새로운 언어”라고 단언했다. 그는 “AI 기술은 리더가 더 나은 결정을 내리고 더 나은 고객 경험을 설계하기 위한 강력한 도구”라며 이번 연수를 계기로 그룹의 AI 대전환에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금융은 그룹 공동 AI 플랫폼 구축을 위한 ‘AX전략센터’를 신설하고 AI뱅커와 같은 실무형 AI 서비스를 확대하며 조직 전반의 AI 역량 강화를 꾀하고 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지난해 4대 금융지주 회장 중 유일하게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를 직접 찾는 등 일찍부터 디지털 금융과 AI에 깊은 관심을 보여왔다. 현재 하나금융은 하나금융융합기술원을 중심으로 생성형 AI 플랫폼 개발을 진행 중이다.
최근 하나금융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밸류업’ 전략에 집중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AI를 활용한 업무 효율화와 디지털 경쟁력 강화가 기업가치 제고의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AI 전환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과 경쟁력의 필수 조건”이라며 “하반기 AI 도입에 따른 업무 환경 변화와 서비스 혁신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