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국내 은행장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이들은 가계대출·가상자산·배드뱅크 등 산적한 금융권 현안에 관해 폭넓게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은행권에 따르면 이 총재는 오는 23일 오후 열리는 은행연합회 정례이사회 직후 만찬에 참석한다. 이 총재는 주요 은행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가계대출 관리를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오는 23일 오후 열리는 은행연합회 정례이사회 직후 만찬에 참석한다.(사진=연합뉴스)

한은이 지난해부터 기준금리 인하를 이어가는 가운데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 확대는 다시 통화 정책의 변수로 떠올랐다.

최근 서울에서는 2020∼2021년 주택가격 급등기의 가격을 넘어서는 아파트가 속출했고 5대 은행 가계대출은 이달 들어서만 4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다음 달 10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전에 서울 집값과 가계대출 증가세가 안정되지 않는다면 한은은 금융안정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금통위원 모두가 기준금리 인하 등 통화 완화가 주택가격·가계대출만 띄울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와 함께 이 총재는 은행권에 프로젝트 한강 2단계 실험 참여도 독려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6개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BNK부산)과 지난 4월부터 이달 말까지 디지털화폐 실거래 실험 '프로젝트 한강'을 하고 있고, 연말께 2단계 실험을 할 계획이다.

2단계 실험에는 송금 기능을 추가하고 바우처 프로그램도 확대할 예정이다.

이 총재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해서도 은행장들과 의견을 나눌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민주당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법제화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비은행권에도 발행을 허용하느냐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민주당은 핀테크 등 비은행권에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할 수 있도록 열어줘야 한다는 의견이지만 이 총재는 은행권부터 순차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화폐의 대체재이기 때문에 은행이나 한은이 규제하는 기관이 아닌 비은행 기관이 발행하게 하면 통화정책 유효성을 저해할 수 있고 자본규제 회피 수단으로 사용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은행권도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통해 비용 절감, 신사업 기회를 확보 등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예금 이탈·수익성 악화·규제·보안 문제 등 구조적 위험이 있다고 보고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는 분위기다.

정부에서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 채무 소각을 위해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배드뱅크도 이사회 안건에 포함됐다.

이번 이사회에서는 정부가 추진 중인 배드뱅크에 관해 전반적으로 설명하고 그 구조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배드뱅크를 통해 7년 이상 연체된 5000만원 이하의 개인 무담보 채권을 일괄 매입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배드뱅크 설립에 필요한 재원 8000억원 중 4000억원은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마련하고 나머지 4천억원은 금융권을 통해 조달할 계획이라고 했다.

아직 구체적인 배분 방법 관련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은행권에서는 당기순이익이나 부실채권 보유액 등이 기준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은행권에 따르면 앞서 지난 2009년 국내 은행 6곳이 공동 출자해 부실채권 처리 기관인 유암코(연합자산관리)를 설립할 때는 은행별 총자산을 기준으로 출자했다.

지난 2023년 2조원 규모의 은행권 상생 금융 지원방안을 추진할 때는 은행별 2023년 당기순이익 추정치의 10%씩을 지원액으로 배분했다.

올해 소상공인 상생 보증 대출 재원으로 2000억원을 출연할 때는 은행별 지역 신용보증재단 대출잔액 점유율에 따라 분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