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이진성 기자] 한국전력공사가 매년 장애인 채용 규모에 미달해 고용 부담금을 내는 상황에서도 고용안정성보다는 '숫자 채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사회적 약자 보호를 내세운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부담금 규모가 축소되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되레 급증해 사회적 책임보다는 정부 분위기에 민감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6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지난해 장애인 직원 35여명이 희망퇴직 등으로 퇴사했다.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과 고용안정성이 보장된 이른바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한전에서 대규모 퇴사는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의 시선이다.
문제는 장애인 직원 이탈에도 이를 온전히 채우려는 노력이 소홀하다는 점이다.
한전은 지난해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채우지 않아 11억6500만원의 고용부담금을 부과받았다. 한전은 앞서 2023년에도 4억1600만원의 부담금을 냈는데, 이 규모가 1년만에 두배 넘게 늘어난 셈이다. 연도별로 보면 2019년 8억4000만원, 2020년 11억1000만원, 2021년 7억7200만원, 2022년 1억740만원 등이다.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문재인 정부에서는 부담금 규모가 축소되는 모습을 보이다가 지난 정부들어 되레 대폭 늘어난 모양새다. 실제 부담금 규모는 2023년부터 더블링 규모로 증가했는데 김동철 사장이 부임한 시기와 겹친다.
한전 관계자는 "기관의 규모를 볼때 장애인 정원이 많은 것도 있고 지난해 장애인 직원의 퇴사도 있어 부담금 규모가 커졌다"며 "최근 장애인 체육 선수 출신을 채용 계획을 내놓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장애인 고용과 관련해 정부 기조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한전의 장애인 체육 선수 채용도 단기 일자리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비장애인의 일반적 채용은 2년이 경과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돼 고용안정성이 보장되지만 체육 선수 등은 무기계약 전환 의무가 없다.
무기계약근로자 규정을 보면 국민체육진흥법상 선수와 체육지도사 업무 등에 종사하는 경우는 예외에 해당된다. 즉 2년 근무해도 무기계약 전환 의무가 없어 기존보다 조금 더 긴 단기일자리에 그치는 셈이다. 실제 한전은 지난 2월 보도자료를 통해 '체육선수 인턴'이라고 명시했다.
우리나라는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의 고용기회를 넓히기 위한 '장애인의무고용제도'를 운영 중이다. '직업 안정성'에 무게를 둔 제도로, 사회취약계층이 건전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 특징이다.
그럼에도 일부 공공기관의 경우 고용률을 채우지 못하면 내야하는 부담금과 사회적 비판 여론 등을 의식해 단기 일자리같은 숫자 채우기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장애인 단체 한 관계자는 "장애인 채용을 꺼려하던 기관에서 체육 분야 선수라도 뽑겠다는 것은 그나마 좋게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체육 선수 자리가 채워지면 그만큼 다른 자리가 축소되는 부작용이 우려되고 체육 선수는 무기계약 의무 전환 대상이 아니라서 고용안정성 측면에서도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장애인 선수 채용을 대외적인 기관 이미지 홍보에만 이용하고 장애인의무고용률에 맞춘 단기 일자리만 계속 만들어내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