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오늘 예정됐던 쿠팡의 검색순위 조작 혐의 첫 공판이 미뤄진다. 검찰 측 공소사실과 쿠팡 측 변론 자료간 법리적 타당성을 고려하기에 시간이 더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쿠팡의 검색순위 조작 혐의 첫 공판이 법원 결정에 의해 연기됐다. 오는 8월 정기 법관 인사에 앞서 새로 부임한 판사가 해당 사건의 자료 및 기록을 검토하는데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구체적인 날짜도 정해지지 않았다.

검색순위 조작 혐의 첫 공판이 법원 결정에 의해 연기됐다.(사진=쿠팡)

사건의 복잡성과 중요성을 고려할 때 재판부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심리를 준비하려는 의도로도 볼 수 있다. 이번 공판은 쿠팡이 받고 있는 검색순위 조작 혐의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첫 공식 석상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앞서 서울동부지방검찰청 형사6부(부장검사 이상혁)는 공정위가 고발한 쿠팡 등의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사건 수사에 착수해 지난달 1일 쿠팡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 측은 “쿠팡이 기존 판매실적, 사용자 선호도, 상품정보 충실도, 검색 정확도 등을 평가하여 객관적으로 산출된 순위인 것처럼 고지하였음에도 직매입상품과 PB상품의 판매 증가를 목적으로 관련 상품 5만1300개에 대해 16만여 회에 걸쳐 검색순위를 임의로 지정해 상위에 고정 배치하고 검색순위 산정을 위한 기본점수를 최대 1.5배 가중하는 방법으로 상품 검색순위를 인위적으로 조정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철저한 압수수색과 소스코드 분석 등 과학수사를 통해 이 같은 검색순위 인위적 조정의 의도와 배경, 범행 방법 등을 규명함으로써 소비자의 합리적 상품 선택을 침해하고 중개상품 판매업자와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한 불공정거래행위를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법원은 쿠팡의 이러한 행위가 공정 경쟁을 저해하는 조작행위인지, 기업의 마케팅 활동인지를 주요 쟁점으로 볼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9월 공정위 고발 당시 쿠팡 측은 “임직원 체험단 평점이 일반인 체험단 평점보다 낮았고 PB상품 리뷰 중 임직원 리뷰는 고작 0.3%에 불과하다”며 “가격이 싸고 배송이 편리해 많은 국민들의 합리적 선택을 받은 쿠팡의 로켓배송이 소비자 기망이라고 주장하는 공정위의 결정은 디지털 시대의 스마트한 소비자의 선택권을 무시한 시대착오적이며 혁신에 반하는 조치”라고 반박했다.

이번 공판에서도 단순한 중개 플랫폼이 아니라 직접 상품을 매입하여 판매하는 직매입 유통사 입장에서 대형마트나 편의점이 자사 PB 상품을 매장 내 좋은 위치에 진열하거나, 자신들이 원하는 상품을 상단에 배치하는 것과 실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플랫폼 및 유통업계도 이번 공판을 주목하고 있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채널마다 특정 상품을 강조하는 진열 전략이 조작이 될 수 있는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번 공판은 공정위가 지난해 7월 부과한 1600억원 과징금에 대한 불복소송 대응과는 별개로 진행된다.

업계 관계자는 “판결 결과에 따라 국내 플랫폼 기업들이 사업 전략을 재정비하고 새로운 규제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며 “규제가 과도하면 혁신이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와 규제가 없으면 독과점 폐해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중요한 판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