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유통가 임원인사가 예년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롯데그룹의 2026년 임원인사도 이달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기업마다 주요 사업부 리더십은 유지하되 일부 사업의 리더십에 변화를 주는 안정 속 쇄신 기조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롯데그룹의 임원인사 방향성에 관심이 쏠린다.

3일 업계는 매년 11월 말에서 12월 초 발표됐던 롯데그룹의 2026년 정기임원인사가 이달 중순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가 안정 속 쇄신 기조 아래 빠르게 리더십 재정비를 하는 가운데 롯데그룹도 비상 경영의 선제적 대응을 위해 인사 시기를 앞당길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그룹의 2026년 정기임원인사가 이달 중순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사진=롯데)

실제로 신세계그룹과 CJ그룹은 예년보다 1~2달 빠르게 내년도 정기임원인사를 발표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예년보다 하루 빨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고 경쟁사들이 조직 안정화 및 내년도 사업 계획 수립을 위해 임원 인사를 앞당기는 추세”라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9월 유통가 임원인사의 포문을 열었다. 박주형 신세계백화점 대표를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이마트 한채양 대표를 유임하는 등 기존 리더십을 강화·유지했다. 여기에 G마켓과 SSG닷컴 등 이커머스 영역에서 각각 제임스 장 대표와 최택원 대표를 선임하면서 안정 속 쇄신을 강조했다. 이외에도 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푸드, 조선호텔앤리조트 등 총 8명의 수장이 교체됐다.

CJ그룹은 작년보다 한 달 앞당겨 지난 10월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CJ제일제당은 강신호 대표의 건강상 이유로 인한 사퇴로 윤석환 신임 대표를 선임했다. CJ푸드빌 대표이사에는 CJ프레시웨이 이건일 대표를 내정했다. 그룹 및 각 사의 기존 리더십 체제를 중심으로 사업 전략의 일관성을 유지하며 미래 성장을 위한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대부분 계열사 CEO들은 유임됐다.

이번 임원인사는 CJ그룹은 기존 정기 임원 인사에서 CEO인사와 신임 경영리더 승진, 계열사별 조직개편 등을 통합 시행해온 방식에서 탈피했다. 그룹 주도로 CEO 인사를 먼저 시행하고 계열사 CEO 주도의 후속 인사를 분리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달 30일 사장 1명, 부사장 2명을 포함해 승진 27명, 전보 21명 등 총 48명에 대한 정기 임원 인사를 2026년 1월 1일부로 단행했다. 인사 시기는 예년보다 하루 빨라졌다. 인사 폭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임원인사는 백화점, 홈쇼핑, 그린푸드 등 주력 계열사 경영진을 유임시켜 변화보다는 경영 안정성에 방점을 뒀다. 안정 기조 속 조직 분위기 쇄신도 꾀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11월 28일 올해 정기임원인사를 발표했다. 올해는 1~2주 앞당겨 이달 중순부터 롯데그룹의 정기임원인사가 나올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국정감사와 APEC 등 굵직한 국가적 이벤트가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글로벌 비즈니스 회의 성격을 갖는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롯데 챔피언십도 작년보다 한 달 빠르게 끝냈다.

내년 정기임원인사 방향성도 주목된다. 작년에 이어 고강도 쇄신과 성과주의 기조를 이어가되, 그룹의 핵심적인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측된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2025년 정기임원인사로 CEO 36%를 교체하고 전체 임원 규모를 13% 줄이는 역대 최대 규모 쇄신을 단행했다. 내년은 올해보다 인사 변화 폭을 줄여 안정적 기조에 방점을 둘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포트폴리오 전환이 필요한 화학 부문을 중심으로 쇄신 인사가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며 “해외 시장을 넓히고 있는 식품군 계열사와 수익성 개선 신호탄을 쏜 유통군 계열사들의 리더십 변화와 신유열 미래성장실장(부사장)의 역할 확대도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