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자발적 상장폐지를 앞둔 신성통상이 염태순 회장의 아들 염상원 전무 중심으로 새 판 짜기에 돌입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신성통상은 지난달 오너 2세 염상원 씨를 탑텐본부장에서 탑텐관리부문장으로 승진시켰다. 직위도 이사에서 전무로 올라갔다. 신성통상의 주력 브랜드인 탑텐을 이끄는 역할을 부여해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신성통상이 지난달 26일 주주총회를 거쳐 한국거래소에 상장폐지신청서를 제출했고 심사결과를 기다리고 있다.(사진=신성통상)

지난해 1조원 매출 고지를 넘기지 못하면서 올해는 마케팅 전략도 새롭게 수립한다. 이를 위해 F&F에서 MLB의 마케팅을 총괄했던 김수한 이사를 마케팅 총괄로 영입했다.

김수한 이사는 2020년 F&F MLB 마케팅 담당 부장으로 승진해 2022년부터 MLB 마케팅 부문 총괄을 맡았다. 성균관대 언론정보대학원 커뮤니케이션학과를 졸업한 그는 MLB의 포지셔닝 밑 디지털 전환에 기반한 마케팅 전략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다.

신성통상은 지난해부터 자발적 상장폐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여러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신성통상은 염태순 회장의 장남인 염상원 전무가 신성통상의 지분 82% 이상을 보유한 비상장 회사 가나안을 지배력을 행사하는 구조다. 상장폐지 후에는 외부 감시 없이 비상장사 체제로 전환해 오너 일가 중심의 경영권을 공고히 하고 경영 승계 절차를 마무리하려는 목적이 엿보였다.

결국 올해 들어 공개매수 가격을 올려 자발적 상장폐지 조건을 충족했다. 지난달 26일 주주총회를 거쳐 한국거래소에 상장폐지신청서를 제출했고 심사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와 함께 현재 염상원 전무로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업계는 올해 탑텐이 매출 1조원을 넘길 수 있을 지가 염상원 전무의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심리 위축으로 패션시장이 불황 직격탄을 맞으면서 성장세가 꺾였다는 점에서 돌파구를 찾을 지가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무신사 스탠다드, 이랜드 스파오, 삼성물산 패션부문 에잇세컨즈 등 경쟁사들의 추격도 매섭다.

매출 1조원 달성에 있어 김수한 마케팅 총괄 이사 영입한 점은 기대되는 부분이다. 기존 오프라인 중심의 판매 채널을 온라인으로 확장해 소비자 접점을 늘릴 수 있다.

배당 문제로 소액주주들과 갈등을 빚어오면서 떨어진 브랜드 가치를 다시 제고하는 방안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간 3000억원 이상의 이익잉여금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배당을 거의 실시하지 않아 소액주주들과의 갈등도 빚었기 때문이다. 비상장사로 전환되면 배당 정책을 오너 일가 중심으로 변경해 이익잉여금을 활용할 수 있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이미 상장폐지 결정이 나왔고 염상원 전무 승진으로 2세 승계는 현실화된 것이 맞다고 본다”라며 “탑텐의 임원진들이 여럿 교체되면서 그간 넘지 못했던 1조 매출 달성과 상폐 과정에서 훼손된 브랜드 가치를 어떻게 끌어올릴 지가 중요 과제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