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적 '계열사 부당 지원' 유혹 못 이긴 아모레퍼시픽..공정위, 9600만원 과징금

이혜선 기자 승인 2020.04.06 15:40 의견 0
아모레퍼시픽그룹의 계열사 부당 지원 구조. (자료=공정거래위원회)

[한국정경신문=이혜선 기자] 자회사에 예금담보를 무상으로 제공해 낮은 금리로 자금을 빌릴 수 있도록 도운 ㈜아모레퍼시픽그룹이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이 계열회사인 ㈜코스비전의 대규모 시설자금을 저리 차입하도록 지원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각각 4800만원(총 96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6일 밝혔다.

코스비전은 지난 2011년 10월 아모레퍼시픽그룹의 100% 자회사로 계열 편입됐다. 코스비전이 제조하는 화장품은 모두 아모레퍼시픽 기업집단 내 화장품 판매계열회사인 ㈜아모레퍼시픽, ㈜이니스프리 등으로 판매되고 있다.

코스비전은 지난 2013년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신공장의 건설을 추진했으나 현금흐름이 악화되고 대규모 자금 차입에 필요한 담보능력도 부재해 자력으로 금융기관 차입이 곤란한 상황이었다.

이에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코스비전이 산업은행으로부터 600억원의 시설자금을 차입할 수 있도록 자신이 보유한 우리은행의 750억원 정기예금을 무상으로 담보 제공했다.

그 결과 코스비전은 지난 2016년 8월부터 2017년 8월까지 산업은행으로부터 600억원의 시설 자금을 1.72~2.01%라는 낮은 금리로 총 5회에 걸쳐 차입할 수 있었다.

코스비전이 산업은행으로부터 적용받은 금리는 코스비전의 개별정상금리(2.04~2.33%)보다 크게 낮은 수준으로 저리 차입에 따른 경제적 이익은 1억3900만원으로 추산됐다.

공정위는 이런 행위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3조 제1항 제7호 등이 금지하고 있는 부당 지원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또 공정위는 모회사의 지원으로 코스비전의 경쟁 여건이 개선됐고 코스비전은 자신이 경쟁하는 시장 내에서 유력한 사업자로서의 지위를 유지·강화하는 등 관련 시장에서 공정한 거래가 저해됐다고 봤다.

코스비전은 모회사의 지원을 통한 신공장 건축으로 화장품 제조 및 포장 능력이 40~50% 이상 증가됐고 제조 공정 자동화 등으로 품질이 향상되는 등 생산능력이 개선돼 국내 화장품 OEM(주문자위탁생산)/ODM(생산자개발생산) 시장에서 3위 사업자의 지위를 유지했다.

다만 공정위는 이 사건은 모기업이 100% 지분을 소유한 자회사를 위해 예금담보를 제공한 것으로 금리차이로 인한 부당이득의 규모가 현저하게 크지 않고 차입자금이 실제 신공장 건축에 전액 활용되는 등 한계기업 지원이나 사익 편취와는 구별된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대기업집단이 계열회사 간 부당한 지원행위를 통해 기업집단의 경제력 집중을 강화한 사례에 대해 제재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도 경쟁질서의 건전성을 훼손하는 대기업집단의 부당한 지원행위를 철저히 감시하고 위반행위를 적발할 경우 엄정하게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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