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외교부 일대쇄신이 필요하다
-무역전쟁 시대의 외교 의전이 다가 아니다.
김재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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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8 09:29 | 최종 수정 2019.07.0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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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경신문=김재성 주필] 세계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우리의 운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최악이다. 미국과 러시아 관계도 앙앙불락이다. 덩달아 세계 3위 경제대국을 자처하는 일본도 미국을 등에 업고 동북아 리더를 자임하고 나선다. 여기에 세계 2위의 인구 대국을 자랑하는 인도가 미국의 아시아 인도양 안보동맹과 중국의 일대일로, 양손에 떡을 들고 눈치를 보고 있다.
이처럼 세계가 급변하고 있을 때일수록 외교의 중요성이 커진다. 특히 대한민국처럼 강대국 틈에 끼인 나라는 외교의 좌표를 잘 못 설정하면 백년대계를 그르칠 수 있다. 그것은 이미 20세기 초에 우리가 뼈아프게 겪었던 교훈이기도 하다. 20세기를 지배한 냉전의 산물로 분단이라는 운명을 짊어졌고 분단은 군사독재의 군색한 명분이 되었다.
이러한 때 우리는 과연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있는가? 우리의 안전을 담보하는 구체적인 좌표를 설정해 놓고 있는가? 그 좌표에 입각해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여러 현안들에 대해 우리 외교부는 기민하게 파악하고 대처하고 있는가?
백년대계의 좌표, 십년을 대비하는 정책 유무는 일단 유보해 두자. 당장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응하는 것을 보면 국민이 안심하기에는 한참 모자란다. 일본은 후쿠시마 수산물 금수조치 WTO(세계무역기구) 재판에서 패소하자 우리 수산물 일부 품목의 제한하는 보복으로 대응했다. 이것만 보더라도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에 대해 분명 어떤 대응카드가 예상되는 데도 우리 정부는 일본이 발표하는 순간까지 모르고 있었다.
경계병이 외부의 침입을 알지만 불가항력인 것과 침입자체를 모르고 있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2월의 북미 하노이 회담 결렬도 일본은 하루 전 쯤에는 알고 있었다는 정황이 나타난다. 심지어 일본 우파와 이심전심으로 통하는 국내 어느 보수신문도 당일 아침 헤드라인 뉴스를 보면 그들의 희망사항이 결과와 맞아 떨어졌을 수도 있지만 어렴풋이 감을 잡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우리 당국자만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장을 떠나는 순간까지 모르고 있었다.
지금의 국제사회는 통상외교시대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미국과 혈맹만 강조하면 되는 시대가 아니다. 그 통상외교도 크게 선회하고 있다. 세계 중요 9개 국제기구 수장들이 포함되고 전 세계 GDP(국내총생산)의 90%를 점하는 오사카 G20 정상회의는 변하고 있는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 주었다. 세계 경제를 주무르는 20개 중요 정상들이 1년에 한 번 만나 시장경제의 지속발전과 공동번영을 다짐하는 자축의 자리가 이번에는 가까스로 신자유주의 핵심 가치인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경제를 천명하는 성명서를 발표했지만 미국의 반대로 “보호무역 반대 한다”는 문구를 공동성명에 넣지도 못했다.
뿐만 아니라 G20 의장국으로서 자유로운 무역과 공정거래를 천명한 공동성명 채택을 주도한 아베 총리가 불과 이틀 후 자유무역주의에 반하는 수출규제 조치를 발표했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등장 후 국익 우선주의로 선회했다. 중국도 이에 가세했다. 앞장서서 자유무역주의를 설파하던 경제 대국들이 앞장서서 자유무역주의를 깨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에는 자유무역주의 죽음을 애도하는 글이 발표되기도 했다.
무역전쟁 시대의 외교는 와인 마시고 골프치고 우아한 의전만으로 다가 아니다. 국가이익을 위해 영혼까지 파는 상인정신도 겸비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 외교부 수장을 비롯한 중요 관료들은 무역전쟁 시대에 걸 맞는 자질과 상혼이 있는가? 더구나 미국 ,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중요 국가에 나가있는 외교관들은 그 나라 역사 문화의 깊은 식견, 그 나라 중요 인맥과 폭넓은 교분, 그 나라 지도자들의 특성과 취향을 꿰는 정보력을 가진 사람들인가.
외교관은 우리나라에서 임명하지만 주재국에서 일하는 사람이다. 주재국의 역사 문화에 대한 식견과 자질 등 주재국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사람의 임명은 주재국에 대한 무시로 받아 들여 협조가 원만하게 되지 않는다. 그것이 아그레망의 본래 취지다. 외교부의 일대쇄신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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