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신한은행이 퇴직연금을 계약자(근로자) 계좌가 아닌 사용자(회사) 계좌로 보내는 등 퇴직연금 계약내용 준수의무를 위반해 금융당국으로부터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2월 동일한 사유로 은행들에 무더기 제재를 내린 바 있다. 이번 신한은행을 포함해 5대 시중은행에 부과된 과태료 규모는 4억7800만원에 달한다.
신한은행 본점 전경 (자료=신한은행)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전날 제재공시를 통해 지난 13일 ‘퇴직연금 계약내용 준수의무 위반’으로 신한은행에 과태료 1억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관련 직원에게는 자율처리 필요사항 2건 등의 제재도 내렸다.
신한은행은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 운용관리계약서 등에 따라 가입자의 퇴직급여 지급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 가입자가 지정한 개인형퇴직연금제도의 계정 등에 퇴직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신한은행은 2021년 1월 29일부터 2023년 3월 21일 기간 중 퇴직급여 지급 사유가 발생한 91명의 가입자에 대해 가입자가 지정한 계정이 아닌 사용자의 계좌로 퇴직연금 적립금 3억600만원을 지급한 사실이 확인됐다.
퇴직연금 계약이전도 지연됐다. 신한은행은 확정급여형 퇴직연금 운용관리계약서 등에 따라 계약이전 신청을 받은 날을 포함해 3영업일까지 자산관리기관에 보유자산 매도지시를 전달해야 한다.
하지만 2021년 1월 4일부터 지난해 4월 18일까지 총 518건의 계약이전 요청을 받고도 이를 어겼다.
신한은행은 퇴직연금과 관련해 개선사항 8건도 통보 받았다. 개선사항은 법규 위반은 아니지만 금융사의 주의 또는 자율적 개선을 요구하는 행정 지도적 성격의 조치다. 해당 금융사는 3개월 이내 개선 방안을 금감원에 제출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신한은행의 실물이전 방식에 대한 가입자 안내가 미흡하다고 봤다. 확정기여형(DC) 가입자가 동일 퇴직연금사업자의 개인형 퇴직연금제도(IRP)로 퇴직급여를 수령·유지하고자 하는 경우 DC 계좌의 운용상품을 IRP 계좌에서도 그대로 유지하는 실물이전 방식이 유리하다.
하지만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신한은행의 DC계좌에서 IRP 계좌로 퇴직급여를 지급받아 계약을 유지 중인 가입자(2만3009명)의 약 88%(2만256명)이 ‘현금이전’ 방식으로 퇴직급여를 지급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입자에게 실물이전 방식에 대한 안내가 충실히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가입자가 자신의 재정 및 건강상태, 세제요건 등을 고려해 연금소득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함에도 신한은행은 소득세법 시행령에서 정한 연금수령 한도 충족을 위해 금액지정방식의 연금 수령기간을 반드시 10년 이상으로 설정할 것으로 의무화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연금소득세 적용을 받기 위해 연금수령 기간을 10년 이상으로 설정할 필요가 없는 가입자, 또는 10년 이상의 연금수령을 원치 않는 초고령자 등이 불필요하게 10년 이상으로 연금을 지급받아야 하는 문제점이 있었다.
재정검증 관련 업무도 관리가 부실했다. 신한은행은 2021년부터 2023년 사업연도 재정검증 과정에서 사용자가 제공한 예상임금 상승률에 대한 적정성 등의 검정 없이 그대로 적용했고 일부 사용자로부터 급여 지급능력 확보 여부 등 필요한 자료를 제대로 수령하지 않았다.
이밖에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의 부담금 납입 관리 ▲DC제도 적립금의 사용자 반환 관련 업무처리 ▲가입자의 퇴직급여 직접 청구 시 지급업무절차 ▲사전지정운용방법 관련 모바일 화면 등이 미흡해 개선하라는 지적을 받았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퇴직연금 계약내용 준수를 위반한 은행에 무더기 제재를 내린 바 있다. 사용자 계좌로 퇴직급여 지급, 퇴직연금 계약이전 지연 등으로 ▲하나은행 1억5000만원 ▲KB국민은행 1억3540만원 ▲우리은행 5000만원 ▲NH농협은행 426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이번에 신한은행도 1억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으면서 5대 시중은행이 모두 퇴직연금 업무 미흡을 지적받은 셈이다.
금감원 퇴직연금 비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은행권(11개사)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225조7684억원으로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426조4344억원 중 절반 넘게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