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제4 인터넷전문은행 유력 후보였던 더존비즈온이 예비인가 참여를 포기했다. 더존비즈온과 손을 잡고 인뱅 진출에 도전하려던 신한은행의 시나리오도 무산되는 분위기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더존비즈온은 전날 보도자료를 내고 제4인뱅 예비인가 신청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의 제4인뱅 예비인가 신청 일주일을 남기고 나온 결정이다.
신한은행 본점과 더존비즈온 을지타워 전경 (자료=각사)
더존비즈온은 국내 1위 전사적자원관리(ERP) 업체로 유력한 제4인뱅 후보로 꼽혀 왔다. 방대한 양의 기업 데이터와 다양한 기업용 솔루션 경쟁력을 축적해온 만큼 기존 은행이 확장하기 어려웠던 중소기업·소상공인 영역에서 포용금융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란 시각이었다.
하지만 최근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로 향후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중기·소상공인 특화 은행으로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려워졌다. 업계에서는 사업을 진행하면서 업게 되는 득보다 본업에 부정적 영향이 더 클 것이라는 판단 하에 참여 철회를 결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더존비즈온 관계자는 “인뱅 예비인가 신청 준비 과정에서 기존 은행업의 경쟁을 고려한 전략, 재무, 법률, ICT 등 다각도의 컨설팅을 받고 사업계획에 대한 검토와 고민을 계속해 왔다”면서 “경영진의 숙고 끝에 예비인가 신청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로써 더존비즈온과 손잡고 인뱅에 진출하려던 신한은행의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신한은행이 더존뱅크 컨소시엄 참여를 공식화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신한은행이 지난 2021년 9월 더존비즈온의 자사주 1.97%를 취득하는 전략적 지분 투자 계약을 체결하는 등 수년째 돈독한 협력 관계를 이어왔기 때문이다.
특히 두 회사는 중소기업 특화 금융플랫폼사업을 위한 합작법인(JV) ‘테크핀레이팅스’를 설립해 지난해 5월 금융당국으로부터 기업신용등급제공업 본인가를 받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인뱅 설립을 위한 준비 과정으로 인식했다.
신한은행은 더존비즈온과 지분 투자 계약을 체결하면서 “혁신적인 금융·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중소기업의 디지털 생태계를 조성하고 강력한 디지털 금융 서비스로 기업 특화 챌린저 뱅크로 거듭나겠다”고 직접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국내 5대 은행 중 인터넷은행 지분 투자를 하지 않은 곳은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 2곳이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KB국민은행은 카카오뱅크 지분 4.88%, 하나은행은 토스뱅크 지분 9.26%, 우리은행은 케이뱅크 12.58%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제4인뱅 유력 후보 중 한 곳인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 참여를 확정한 상태다.
신한은행은 2019년 비바리퍼블리카(토스)와 토스뱅크 컨소시엄을 꾸려 인터넷은행 설립에 참여하려고 했으나 사업 방향 등에 이견이 있어 무산된 바 있다. 토스뱅크가 개인금융 중심의 챌린저뱅크를 지향하면서 신한은행이 추구했던 사업 방향과는 맞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더존비즈온이 제4인뱅 예비인가 신청을 포기하면서 인뱅 진출에 대한 신한은행의 향후 행보도 불투명하다. 예비인가 신청 일주일여를 남겨둔 상태에서 다른 컨소시엄 참여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다른 진출 방안을 모색하기 보다는 더존비즈온과의 협업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더존비즈온도 신한은행과의 협력 관계는 지속된다고 강조했다.
더존비즈온 관계자는 “신한은행의 금융 혁신 방향성과 상호 윈윈을 고려한 새로운 플랫폼을 포함해 인뱅 컨소시엄 준비 단계에서 검토됐던 다양한 혁신 사업 모델을 함께 만들어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도 “더존비즈온과 신사업 등 아이디어를 구체화해 사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