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우리투자증권이 출범 7개월 만에 종합증권사 자격을 갖췄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라는 큰 그림의 퍼즐이 어느 정도 맞춰지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제5차 정례회의에서 우리투자증권 투자매매업(증권·인수업 포함) 변경인가를 의결했다. 지난해 8월 한국포스증권과 우리종합금융 합병 이후 우리금융지주의 완전자회사로 편입해 출범한 지 7개월 만이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지난해 8월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TP타워에서 열린 '우리투자증권 출범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당시 우리투자증권은 합병, 자회사 편입과 별개로 투자중개업 추가 등록과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았다. 투자매매업에 대해서는 변경 예비인가만 받은 상태였다.
투자중개업으로는 단순 중개만 가능하기 때문에 증권사가 직접 증권과 채권을 사고팔기 위해서는 투자매매업이 필요하다. 기업공개(IPO) 주관이나 파생상품 거래 등 기업금융(IB) 관련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자격이다.
지난해 출범 당시 남기천 대표는 우리투자증권의 첫 번째 지향점으로 ‘디지털과 IB가 강한 종합증권사 건설’를 제시했다. 온라인 펀드 판매가 주력이던 포스증권의 기존 플랫폼 경쟁력과 우리종금의 발행어음 및 기업여신 비즈니스를 초기 사업 발판으로 삼되, IB, S&T, 리테일 등 각 사업 영역을 확장해 기업과 개인을 아우르는 초대형 IB로 성장하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사고의 여파로 투자매매업 본인가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졌다. 당초 업계에서는 우리투자증권이 지난해 3분기 중 IB 업무를 개시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출범 후 8개월이 지나서야 종합증권사 영위를 위한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조만간 예정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출시와 함께 출범 시 천명한 ‘IB와 디지털이 강한 증권사’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전 임직원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이 투자매매업 본인가를 획득하면서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의 비은행 M&A 전략의 퍼즐이 어느 정도 맞아 들어가는 모양새다. 임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은행과 비은행 자회사들은 각 업권별 핵심사업 경쟁력을 업그레이드해 그룹의 성장과 수익 기반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며 “특히 기업금융, 자본시장, 글로벌, WM(자산관리) 등 핵심사업 분야는 기초체력을 강화하며 내실 있는 체질 개선을 통해 지금보다 한층 더 높은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의 MTS가 출시되면 그룹 슈퍼앱으로 리뉴얼된 ‘뉴 우리원뱅킹’에 탑재해 고객층과 접점을 늘리고 자회사간 시너지도 확대한다. 기업금융 강화와 시너지 확대를 위해 이달 중 우리은행 IB부문 인력 140명이 우리투자증권이 있는 여의도로 이전할 예정이다.
임 회장의 비은행 M&A 전략의 또 다른 한축인 보험사 인수는 다소 불투명한 상황이다. 최근 우리금융이 지난해 금융감독원의 경영실태평가 결과 3등급을 통보받았기 때문이다. 금융지주가 자회사를 인수하려면 2등급 이상을 받아야 한다.
다만 등급 기준에 미달하더라도 자본금 증액, 부실자산정리 등을 통해 조건부 승인도 가능하다. 업계에서는 우리금융이 그간 내부통제 혁신과 자본비율 개선 노력을 이어온 만큼 금융당국의 조건부 승인 조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우리금융 측에서 개선 내용을 제출했고 예외 승인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지 여부를 포괄적으로 점검해 금융위원회에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며 “금융위에서 내부통제 실패와 관련된 문제점을 개선하는 이슈 뿐 아니라 보험산업과 우리금융지주의 발전 등 종합적인 것을 판단할 수 있도록 보좌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의 이번 결정으로 경영실태평가가 2등급이냐 3등급이냐 불확실성은 해소됐다”면서 “우리금융이 금융위의 조건부 승인과 관련해서 미흡하다고 지적된 부분에 대해서 개선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