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우용하 기자] 금융당국이 보험산업의 미래 대비 과제를 발표하며 보험사가 운영할 수 있는 신사업 영역을 대폭 확대했다.
발표안에는 생명보험사가 관심 가져온 사업들이 대거 포함돼 있어 경쟁력과 수익성 개선에 활로가 트일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지난 11일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가운데)이 제7차 보험개혁회의를 주제하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제7차 보험개혁회의’에서 인구·기술·기후 3대 변화 등 미래에 대응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할 수 있도록 5대 분야, 11개 미래대비과제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보험개혁회의가 선정한 5대 분야는 ▲인구 ▲기후 ▲기술 ▲해외진출·실물투자 ▲부채관리다. 이 중 인구 부분에선 요양·건강관리·반려동물 산업 등 보험회사와 자회사가 영위 가능한 업무범위를 대폭 늘렸다. 이와 함께 ‘덜 내고 더 받을 수 있는’ 톤틴·저해지 연금보험이나 사망보험금 유동화 등의 조치도 함께 이뤄졌다.
이번 발표를 통해 신사업 활동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업권은 생명보험으로 전망된다. 요양사업이나 사망보험금 유동화 등 핵심 내용들이 생보사의 업무와 관심 영역에 대거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손해보험업계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제3보험을 허용했던 것처럼 이번엔 생보사의 수익성과 경쟁력을 개선하고자 신사업 영역을 확대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생보업계도 보험개혁회의 발표에 대해 반기는 분위기다. 이러한 반응은 저출산과 고령화로 생명보험 상품의 인기가 시들어 가면서 생보사들이 수익성 악화 문제를 겪는 중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20대와 30대의 생명보험 가입률은 각각 52.58%, 64.18%로 40대 이상의 가입률이 75~90%에 달하는 것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이와 함께 새 국제회계제도(IFRS17)에서는 저축성보험보단 건강보험을 비롯한 보장성보험 상품이 수익 지표상 유리하게 나온다. 이에 삼성생명과 교보생명, 신한라이프 등 국내 주요 생보사들은 보험손익 개선을 위해 저축성 상품보단 제3보험 상품을 집중적으로 판매해 왔다.
하지만 이번 발표로 사망보험금 유동화가 추진되면서 종신보험의 보험금을 연금처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새로운 노후 준비 방안으로 떠오름에 따라 낮은 가입률을 보였던 2030세대 고객을 유인할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한 생보업계 관계자는 “고령화로 생존 기간이 길어지면서 살아 있는 동안 직접 보장을 받고 싶어 하는 수요가 꾸준히 증가해 왔다”며 “종신보험은 사망 후 보험금이 나와 큰 인기를 끌기 어려웠는데 유동화 방안을 통해 계약자가 직접 노후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게 돼 노후를 일찍 준비하려는 2030세대 대상으로 판매 활동을 확대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망보험금 유동화와 함께 추진된 보험 자회사의 부수업무 범위 확대도 생보업계에 도움 될 것으로 분석된다. 보험개혁회의는 미래 대비 과제를 통해 보험 자회사의 시니어푸드 제조·유통업 진출과 실버주택 위탁전문 운영을 허용했다.
보험 자회사가 실버주택을 운영하기 위해선 설치를 동시에 수행해야 했으나 운영만 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춘 결과 생보사의 시니어시장 진출 행보는 한층 더 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요양사업을 가장 빠르게 확장 중인 생보사는 금융지주 계열사인 KB라이프와 신한라이프로 평가된다. 하나생명과 KDB생명은 각각 요양 전문 자회사와 데이케어센터 개소를 준비하며 사업 진출을 준비 중이다.
생보업계의 시니어시장 활성화 활동은 협회차원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생명보험협회는 지난 12일 일본의 아시아 생명보험진흥센터(OLICDC)와 ‘2025 한·일 생명보험 세미나’를 진행했다. 이날 세미나에선 한국보다 앞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 생보업계 요양사업 현황과 미국·일본의 보험금청구권신탁에 대한 사례 공유화 함께 질의응답이 이뤄졌다.
다른 생보업계 관계자는 “이번 대응책을 통해 생명보험의 활용성과 신사업 진출 범위가 크게 확대돼 생보사들이 보험시장에서 다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새롭게 허용된 시니어푸드 업무는 기존의 헬스케어 사업과 연계한다면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