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과 코인원이 점유율 확대를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정경신문=변동휘 기자] 가상자산 거래소들 간 점유율 경쟁이 다시금 전개되는 양상이다. 1위 거래소 업비트가 잠시 주춤하는 사이 2·3위 사업자인 빗썸과 코인원이 반격을 시작한 것이다. 다만 독주 체제를 깨지는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효과에 대한 의문은 이어지고 있다.
14일 오전 코인게코에 따르면 24시간 거래량 기준 업비트가 70.74%의 점유율로 국내 거래소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빗썸 25.49% ▲코인원 3.04% ▲코빗 0.67% ▲고팍스 0.06% 순이다.
지난해 말 기준 약 75% 수준이었던 업비트의 점유율이 다소 줄었고 20% 전후에 머물던 빗썸이 감소분을 흡수하는 형국이다. 코인원 역시 1.8% 수준에서 3%대로 뛰어올랐다.
최근 업비트는 금융당국의 제재로 다소 주춤하는 모습이다. 관련해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는 지난달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와 거래금지 의무 위반 혐의로 업비트에 3개월간의 영업 일부정지 처분을 내렸다. 회사 측은 이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집행정지를 신청한 상태다.
그 사이 빗썸과 코인원은 다시금 점유율 경쟁에 불을 붙이는 모습이다. 관련해 빗썸은 KB국민은행 실명계좌 사전등록을 진행하며 제휴은행 변경 효과를 극대화하려 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동성 지표를 앞세워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시장데이터기업 카이코의 데이터를 인용해 지난달 기준 유동성 지표가 업비트를 넘어섰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해당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2월 2일부터 3월 1일까지 약 4주간 빗썸의 평균가 ±1% 내 호가잔량 금액은 1조7857억원으로 1조6779억원인 업비트를 상회했다. 동시 상장된 거래대금 상위 30개 거래 종목에서도 빗썸이 1조4765억원으로 1조3509억원에 머문 업비트를 넘어섰다. 관련해 회사 측은 “호가 잔량은 대표적인 유동성 지표이자 향후 거래량 증가를 기대할 수 있는 선행적 지표”라 의미를 부여했다.
코인원의 경우 다시 한 번 수수료 정책을 들고 나왔다. ▲1INCH(1인치) ▲ANKR(앵커 네트워크) ▲ASTR(아스타) ▲ATH(에이셔) ▲AUCTION(바운스 토큰) ▲AXS(엑시 인피니티) 등 60종에 대한 수수료를 면제한 것이다.
기존에 시행했던 정책과 달리 비교적 거래량이 적은 종목들을 선별했다는 점이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전면적인 수수료 무료화에 따른 부담을 덜기 위한 것으로 수익성은 지키고 거래량을 높이는 전략적인 수로 평가된다.
다만 이러한 행보가 유의미한 경쟁구도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부 수치 변화가 있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업비트 독주 체제가 공고히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차별점을 내세우기 어려운 환경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이들이 뚫어야 할 장벽이 더욱 단단해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거래소들에 대한 검사에 착수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압박이 거세지는 점 역시 불안 요소다. 관련해 금융감독원은 지난 5일 코인원에 대한 현장검사에 들어갔으며 FIU는 오는 17일부터 빗썸 현장검사에 나설 예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점유율 확대를 위한 각 거래소들의 정책이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봤던 적도 있었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반짝’에 그치는 실정”이라며 “근본적으로 상장 정책 등 큰 차별점을 가져가기 어려운 구조가 지속되며 ‘1강 체제’가 단단히 굳어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또한 “업비트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는 다른 거래소들에도 현실로 다가올 수 있는 부분”이라며 “이들 역시 악재를 맞이할 가능성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