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우용하 기자] 전국의 미분양 세대 수가 계속 증가하는 가운데 악성 물량 부담을 견디지 못한 중견 건설사들이 잇따라 법정관리를 신청하자 건설업계 ‘4월 위기설’의 실체화 조짐이 보이고 있다.
대형사들도 본사 부지나 계열사 매각을 통한 현금 마련에 나서는 등 위기 국면을 버티기 위한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다하는 양상이다.
올해 1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수가 7만2624세대로 집계되며 두달 연속 7만세대 이상을 유지했다. (자료=연합뉴스)
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수는 7만2624세대로 집계됐다. 전월 대비 3.5% 증가했으며 두달 연속 7만세대 이상을 유지한 것이다. 수도권의 물량은 1만9748세대였으며 지방에선 5만2876세대가 미분양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악성 물량으로 여겨지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2만2872세대로 같은 기간 6.5% 증가했다. 특히 지방의 악성 물량인 1만8426세대를 기록하며 전월 대비 1197세대 늘었는데 이는 대구와 부산에서 각각 401세대와 382세대가 급증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전국 미분양 물량이 좀처럼 해소되지 못하고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자 건설업계에선 중견건설사의 법정관리 신청이 줄잇고 있다.
올해 초 시공능력평가 58위인 신동아건설을 시작으로 1월에는 경남 2위 건설사 대저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지난달에는 삼부토건과 안강건설 역시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달 27일엔 시공능력평가 83위를 기록했던 대우조선해양건설이 2년 3개월 만에 다시 법정관리를 신청하기도 했다. 부동산개발 업체 스카이아이앤디가 인수를 추진해 왔으나 포기하며 다시 회생절차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연초부터 잇따른 중견건설사들의 회생신청은 미분양·미수금 증가로 자금 흐름이 막히자 치솟은 부채비율을 감당하지 못한 결과로 평가된다. 실제 대우조선해양건설의 부채비율은 838.8% 수준으로 확인됐으며 신동아건설과 삼부토건의 부채비율은 428.8%와 838.5%로 집계됐다. 건설업계에서 적정 수준으로 여겨지는 200%보다 2~4배 이상 높은 수준을 기록한 것이다.
문제는 지난달 분양 시장이 저조한 성적표를 받으며 미분양 물량은 한차례 더 증가할 전망이란 점이다. 직방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에서 진행된 일반공급 물량은 7821세대로 확인됐다. 하지만 실제 분양이 이뤄진 단지는 3560세대에 불과했다. 전년 대비 공급량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절반 이상의 세대가 미분양 상태로 남게 된 것이다.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미분양 물량에 건설업계에선 ‘4월 위기설’이 현실화되기 시작했다는 평가와 함께 대형사도 위태로울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에 대형사들은 본사 부지와 계열사 매각을 시도하며 현금 자본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롯데건설은 서울시 서초구 잠원동 본사 건물에 대한 매각 절차와 관련된 컨설팅을 추진 중이다. 부지면적만 약 1만㎡에 달하고 한남대교 남단 경부고속도로 초입에 있다는 입지적 특징을 갖춰 잠재 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자사가 보유한 토지와 창고부지에 대한 활용방안도 마련할 방침이다. 롯데건설은 재무구조 개선과 자산 효율화의 일환으로 자본매각을 비롯한 활동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DL이앤씨도 종로구 본사 건물인 ‘돈의문 디타워’를 지난해 11월 매각했다. NH농협리츠운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후 5개월 만에 완료된 것이며 매각 금액은 8953억원으로 집계됐다. DL이앤씨는 디타워 매각으로 약 13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하게 됐으며 마곡지구 내 복합시설인 ‘원그로브’로 본사를 이전할 계획이다.
GS건설은 자사의 영업이익 중 15%를 차지하는 수처리 전문 자회사인 GS이니마 매각을 시도 중이다. 영업이익을 통한 수익 창출보다 매각을 진행해 건설경기 침체 국면을 버틸 현금 자산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SK에코플랜트 역시 지난해 폐플라스틱 자회사인 DY인더스와 DY폴리머를 매각했다. 현재는 해상풍력 자회사 SK오션플랜트 매각도 검토 중인 것으로 보인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회사채 발행에 나선 건설사도 존재한다.
현대건설은 지난달 20일 1500억원 공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 예측을 진행했고 2년물 5700억원과 3년물 7800억원, 5년물 1400억원에 대한 주문을 받았다. 목표 대비 10배에 달하는 1조4900억원이 접수된 것이다. 수요예측 흥행에 성공한 현대건설은 같은 달 27일 목표보다 2배 증액한 3000억원으로 최종 발행했으며 기존 회사채 상황에 전액 사용하기로 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업 ‘4월 위기설’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대형사에 대한 불안심리도 덩달아 상승하고 있다”며 “최근 주요 건설사의 자본 매각이나 회사채 발행 활동은 선제적인 유동성 확보에 더해 주주들의 이러한 불안심리까지 해소하려는 의도도 포함된 것 같다”고 말했다.